회사에서는 여름휴가 3일, 휴가 권고일 2일로 일주일의 시간을 한 달 전에 고지해 주었다. 나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서 남은 휴가가 딱 이틀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쏘냐. 아니 사실은 놓칠까 고민했었다. 나는 돈을 모으고 현실의 자기 계발에 몰두하겠어! 라는 다소 과도한 생각으로 여행을 갈 것이냐 말겠이냐를 고민하고 있었다.
삶에 여러 가지 중요 항목들이 있지 않은가. 다시 말해 대분류. 카테고리. 예를 들면 사랑, 돈, 가족, 친구, 명예 등등. 그 중요 항목 중 '여행' 카테고리가 왠지 시들고 있었다. 아니 이유는 사실 알았다. 취업준비를 하느라 극 현실주의로 사람이 바뀌어서다.
하지만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향기로운 연민. 너 여행 좋아하잖아? 그 무엇보다. 비싼 돈 주고 맛있는 음식 먹고, 비싼 옷 사고 이런 거보다 여행을 좋아하잖아. 이때만 느낄 수 있는 낭만, 그게 네가 추구하는 빅 가치관 아니었어? 네가 자부하고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그런 가치 아니었어? 나이가 들어도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잖아?
대기업 다니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본다. 그는 일에 찌들어서 삶의 재미를 찾기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나에게 이야기한다. "인생 길게 보니까 오히려 가야 한다. 일주일을 내기가 어디 쉬울 것 같으냐!! 힘들어서 나중엔 돈을 더 주고라도 가고 싶을껄" 이라고. 흠, 그건 사실 참을 수 있긴 하다.
삶에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28살의 나는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도 그 선택을 할 거라는 확신이 없고, 그건 후회라는 잘 구워진 빵 같은 결과물로 나의 눈앞에 나타난다. 당장은 뜨거워서 만지기 힘들지. 시간이 식을 때까지 지나고 먹어보고 그게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걸 그제야 아니까 후회를 안 하고 싶은 거다.
쨌든 나의 선택의 기준, 돈도 물론 있지만 '나의 비전에 부합하는가' 이다. 그 비전이라는 것은 차차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선택에 있어 돈을 고려할 때는 '만족감'과 저울질하게 된다. 돈을 1000원을 내도 만족하지 못하면 지불하지 않고, 100,000원을 내도 그 이상의 만족감을 느낀다면 소비하는 게 사람이니까. 나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니까.
결국 결심했다.
그 결심의 결정적인 계기는 아래와 같았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만나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구가 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는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 앞으로 이 글에서 그 친구를 "근육질 토마스" 라고 부르겠다. 토마스랑 우연히 대화를 하다가, 내가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베트남의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과, 몽골 일주일 별 보러 가기 중에 고민 중이야"
그러자 그가 말한다.
"형은 무조건 몽골이야. 형은 몽골 그 자체야. 부연설명이 필요가 없어."
그러고는 나는 같이 가자고 설득한다. 나랑 같이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며 초강수를 둔다.
"잘 생각해보고 얘기해 줘!" 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그의 목소리가 다시 울린다.
"형, 가자!!!!! 별 보러 가자!!!!!!!"
꽃잎에 다시 물을 주고, 줄기가 힘을 얻고, 나의 생에 대체 불가한 요소인 여행의 물씨가 구름 속의 국지성 소나기마냥 이리저리 생명력을 다시금 자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여행이란 새로움이다.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나는 것 자체로 여행의 의미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도,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여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이질적인 곳으로 골라야 했다. 그래야만 훨씬 더 새롭고 여행의 의미가 더 살아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매우 문명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때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만족감을 얻는다.
이것이 내가 몽골을 택한 또 다른 이유다. 흔하지 않은 특별한 여행인 만큼 내가 벌인 이벤트는 더욱 유의미해진다.
마치 평평한 땅에 솟아있는 멋진 탑처럼, 멀리 서 돌아보았을 때 썩 반추하기 좋지 아니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나의 여행은 답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탑이라고 하려다 오타가 나버렸고 그것 또한 나쁘지 않으니 답을 쌓아 가는 서사로 포문을 연다. 여행이란 계획 속에서도 우연의 연속이며 이러한 나의 응큼한 합리화조차 상황에 맞게 일정을 수정해 가는 센스로 여기며 혼자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위대한 선택은 나를 단순히 들여다본 결과물일 뿐이었던 것이다!
쨌든 이유에 대해서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기로 하고, 일정이 맞는 여행자분들과 함께 6인의 팀을 꾸렸다! 팀에 합류할 수도 있었지만 팀을 만들어서 모집하기로 했다. 내가 그리는 몽골 여행의 그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서. '조금 더' 낭만을 아는 동행과 공감하고 눈물 나도록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 그게 과한 이상일지라도 좋았고 너무 신나지 말자고 자제할 필요도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니까. 살면서 다시없을 '여행'이니까.
리더의 자리 자체도 싫어하지 않는 나는 다른 일반적인 모집글과 차별화를 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글을 쓰며 계획이 자동으로 구체화 되어 갔다.
나의 말과 몸짓 하나하나가 나의 삶의 비전과 조금이 나마 맞닿았으면 하는 나는 키우던 기타를 들고, 매일매일 글을 쓰고 정말 눈치 보지 않고 자연을 만끽하기로 했다. 그런 감성을 공감할 수 있는 분과 탑과 답을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 내가 모집하며 썼던 글을 소개하니, 보고 함께하고 싶은지 어떤지 생각하여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윽고 팀이 짜였고 그들은 나의 성의에 감화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이런, 정말로 낭만을 아는 자들일까? 이번 일주일 간 쌓일 탑은 꽤나 멀리서도 이뻐 보일까. 한 사람의 걸어온 흔적을 이으면 그 사람의 앞으로의 길의 근거가 된다는데 더 단단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냥 여행인데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 퍽이나 즐거운 일이다! 진부한 말임에도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별개로 이 번에 나의 대외적인 주목적은 별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별과 관련된 노래들을 연습했다. 동행 팀원들에게 별자리를 조사하여 매칭 후 판초 깔맞춤을 하였다.
모임명도 정했다. 별로 만난 사이! 중의적인 표현을 주기 위해 별로.. ☆만난 사이라고 표현하였다. 나는 왜 이리도 실질적으로 필요할 것보다 이런 무형적인 것에 훨씬 더 관심이 많을까? 이틀을 고민해서 나온 결과이다! 스스로도 감탄해버렸다!
그냥 별이야. 그게 다야.
별로 만난 사이. 우리의 매개물은 다름 아닌 별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별로 같기도 했는데 너무 괜찮다.
그리고 결국 공항으로 다 함께 이동한다.
구름을 뚫고 솟구치는 비행기 안 의 이륙 소음과 기체의 흔들림은 더 이상 나에게 짜릿한 공포를 주지는 못한다. 다만 귓가에 울리는 음악과 어우러질 때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충격 어린 설렘, 그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