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언제부턴가 나로부터 도망갔다.
그 자리 그 대로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어엿한 그림자가
이제는 벗어날 채비를 한다,
뚜렷한 언질도 없던 채로.
머릿 속에 화수분처럼 쏟아졌던
그저 보통의 포근한 언어들
깊이, 아주 깊이 파고들어
그 단어에
한 획 한 획을 따라 걸어 들어가
메마른 나의 사막을 울게 했던
그날들의 뜨거움이
다시는 나에게
그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애틋한 눈빛을 건네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마모된 기억들
주파수 맞춰 바라보아도
신호가 잡히질 않는다
멀리 거울에 비친
은은한 빛의 조명은
새로움이 아닌
외로움으로
그리고 두려움,
넘실대는 찬란함에도 불구하고
통로가 막혀버린 그저
비가역적 계(系).
변할 수 없음에의 막막함은
인간의 자유로의 갈망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소스라치는 감정.
결국,
낭만은 죽었다
내 안에서
소리소문 없이
고운 가루가 되어
즉시 그 자리에서
홀연히 무존재를 선언하였다
그러므로,
지진이 난 듯 흔들린 맘에도
깊은 잠을 지나
이성을 회복하였던 지난 날처럼
사라진 낭만의 조각을 갈구하며
애쓰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