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 『불편한 편의점』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지난주 <불편한 편의점> 북토크에 다녀왔다. 자꾸만 작가님 앞에 있는 참참참(참깨라면+참이슬+참치김밥)에 눈이 갔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약간 출출해졌지만‥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작가님 말씀에 집중했다. 작가님은 출판사와 계약도 맺지 않고 썼을 정도로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 흥행을 거둬서 여전히 얼떨떨하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이 책은 그 자체로 괜찮은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다른 책보다 유난히 흥행했던 건, 한국문학에 전 세대를 아우르며 쉽게 읽힐 만한 책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갈등이 많은 요즘 사회에서 세대나 성별의 구애 없이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은 표면적으로는 이웃 간의 정을 통해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고, 더 깊숙이는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노숙자 '독고'는 편의점 사장 '영숙'을 만나 노숙자 생활을 청산하고 술도 끊는다. 즉 새사람이 된다. 접객하며 다양한 삶을 만났고 그 삶을 통해 마음을 나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무슨 편의점이 이리 불편하냐며 욕하던 손님들도 어느새 진정성 있는 독고의 태도에 빠져든다. 마음을 나누길 주저하지 않는 독고의 태도에는 그렇게 사람을 매료시키는 데가 있다.
그건 독고가 불편해지기를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술을 많이 마시는 손님에게 옥수수 수염차를 건네고,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했다가 로아커 원플러스원 행사가 시작되면 알려준다. 그 최선이란 편의점 직원으로서의 최선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선이기도 하다. 그게 이 소설 속 인물 중 독고가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인 이유고,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이유다. 독고가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감수했던 불편함이 독고를 그런 캐릭터로 만든다.
소설의 중간에서 '시현'은 불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러분 이 채널 이름이 편편채널이지만 사실 편의점 일은 힘듭니다.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손님이 편하려면 직원은 불편해야 하고요. 불편하고 힘들어야 서비스 받는 사람은 편하지요."
편의점 직원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은 똑같이 불편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친절이 변화시킬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상상한다면 한번쯤 불편함을 감수해볼 만하다. 독고가 편의점에서 타인을 먼저 배려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듯, 내가 베푸는 친절은 타인의 삶뿐 아니라 나의 삶까지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반목사회로 나아가는 요즘 그 친절함이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건, 우리가 친절함이 귀한 시대에 살고 있단 뜻이다. 그러니 우린 불편해지기를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변화한 독고가 그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