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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14. 2021

그늘 같은 존재

날이 무척 더워졌다. 서늘한 그늘의 소중함을 더욱 느낀다. 겨울에는 반대로 그늘을 피해 햇빛이 드는 길따라다녔다. 보통 세상의 선악을 빛과 어둠으로 상징하는 경우가 다. 은 선하고 어둠은 악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철용의 소설 <어둠의 자식들>이나 장 콕토의 <무서운 아이들>의 배경에 깔린 어둠과 악의 연관성이 무겁게 마음의 벽에 걸려있다. 흔히 어둠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으로 나오라고 한다. 또한 밤의 어둠은 밤의 황태자처럼 조폭 세계의 묘사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빛이 차단된 상태지만 모든 것을 통째로 감추는 새까만 밤의 어두움낮의 회색 같은 그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낮의 그늘은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사람에게 임시 피난처가 되어준다. 부모나 스승은 자녀나 학생의 성장을 보호해주는 그늘과도 같다. 물론 사람을 보호해 주는 그늘도 지나치면 구속이 된다. '누구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할 때가 그런 경우이다. 또한 그늘진 얼굴처럼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밤의 어둠은 새벽이 와야만 사라지지만, 그늘은 그늘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움직이면 사라진다. 굳이 선악의 상징으로 빛과 어둠을 비유한다면, 악을 상징하는 어둠을 벗어나도 선과 악의 경계인 그늘에 머물면 아직 완전하게 선의 상징인 빛의 세계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 세상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보기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성선설이나 성악설도 인간의 지닌 양면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지, 완전하게 선하거나 반대로 완벽하게 악한 사람도 없다. 어떻게 보면 완전한 어둠이나 완전한 밝음 같은 존재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시원한 그늘 같은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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