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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24. 2022

인간 사용법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또한 당신은 당신의 사용법을 아십니까? 전자 기기를 사면 사용 매뉴얼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새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에 나에게 맞는 사용법이 없다. 그저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은 평균적인 내서가 있을 뿐이다. 나는 세상 사람과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인생 사용법이나 인생의 지도가 필요하다. 라디오에서 원하는 채널을 맞추면 소리가 잘 나온다. 채널이 고정되지 않고 이동할 때에는 잡음이 나온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나에게 맞는 인생 사용법이 없다면, 걱정과 고민 갈등과 긴장이라는 잡음 속에서 살게 된다. 평화로운 마음이나 차분한 마음이 나에게 맞는 주파수를 찾은 상태다. 흔히 우리는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자. 우리가 하는 말이나 행동 표정 중에 상당 부분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출된다. 내가 어떤 말을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이 나의 말을 이해하고 동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점검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행한 이후에 사후적으로 합리화한다. 거짓말과 합리화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반박한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언행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모른다. 다만 몸속에서 특정 호르몬이나 화학 물질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화를 내면, 나는 마치 언제라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반응한다. 한참 후에 격노한다. 길을 걷다 가도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는 자동차가 잠시라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화를 낸다. 반대로 내가 운전을 할 때는, 지나가는 행인이 교통법규를 위반한다고 화를 낸다. 이렇듯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언제나 고무줄처럼 늘었났다가 줄었다를 반복한다. 굉장히 편리한 수단이다. 언제나 자신은 정의롭고 남의 행동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리고 멋진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볼 때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평균 이상으로 근사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외모나 모습만으로는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말보다는 그 사람이 하는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나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행동을 보고 평가한다. 스스로 자신을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문제는 나의 행동을 옆에서 보고 평가해 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비대면 문화와 가상현실이 늘어나고, 핵가족 뿐만 아니라 1인 가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 사람의 행동을 마치 내 일처럼 평가해 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혼자 자꾸 스마트폰에 있는 거울을 보는 횟수가 늘어나고, 스스로 자신을 판단해 보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거울을 보지 말고 차분하게 앉아서 나의 말과 행동 습관을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쏘크라테쓰는 2,500년 전에 " 점검하지 않은 삶은 의미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감정을 이겨보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 수술할 때 마취제를 맞으면 바로 의식을 잃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나 화학 물질의 힘은 매우 막강하다. 사람의 의지로 직접 감정을 이길 수는 없다. 다만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할 뿐이다. 감정을 이길 수 있고 나의 언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나에게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세우는 방법이다. 마치 나의 뇌 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정신혁명이 일어나야 된다.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치에 자신을 완전하게 매몰시켜야 한다. 밖으로부터 아무리 양파껍질을 벗겨 들어가도 양파 속 핵심에 이르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시간에 의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다. 지난 수천 년간 발달해 온 인간의 문명이나 과학이 인간의 감정 다루는 방법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고, 끝없는 전쟁의 먹구름도 지워 주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인간의 감정체계가 심각하게 고장 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발달해도, 서로 증오하고 미워하고 오해하고 싸우는 인간의 감정 체계가 바뀌지 않는 인간의 정신 상태는 건강해질 수 없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단 한 번뿐인 인생을 거짓말로 살 수는 없다. 최소한 자신이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사랑과 선함이 신의 속성이다"라고 한다. 사랑과 선함의 가치관 만이 미쳐 날뛰는 감정을 이길 수 있다.

직접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부터라도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밝은 세계가 열릴 것이다. 더 이상 나도 잘 모르는 나의 의견을 남이 동조해 주기를 바라지 말자. 더 이상 내 생각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말자. 나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온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름을 틀리다고 여기면 안 되고, 매사에 다름을 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당신의 의견이 옳다"라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모든 생명체에 대해 친절하게 대해주는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잘못도 눈감아 주고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빛으로 채우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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