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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Nov 04. 2022

프랙털 구조와 인생


프랙털 구조라는 말이 있다. 프랙털 구조는 자신 속에 자신과 같은 모양을 계속해서 포함하고 있는 상태다(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 예를 들어 삼각형 안에 더 작은 삼각형을 그릴 수 있고, 계속해서 작은 삼각형을 끝없이 그려 나갈 수 있다. 러시아의 민속 인형인 마요르카 인형은 양파 껍질처럼 속을 열면 계속해서 더 작은 마요르카 인형들이 들어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우주만물은 프랙털 구조이다. 프랙털 우주론에 따르면 극미의 입자 속에 우주적인 구조가 있다. 대우주가 계속해서 소우주를 품고 있는 형국이다. 인간 세포 속의 원자 구조를 보면,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것이 마치 지구나 화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태양계를 돌고 있는 것과도 같다. 흔히 세포가 움직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세포 골격의 모습,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 간 연결망의 모습, 버블 우주로 불리는 수천억 개 은하계들 간 연결망의 모습은 크기는 다르지만 모두 비누 거품 구조와 유사한 모양이다. 이처럼 우리 눈이나 현미경 또는 망원경에 보이는 물질세계는 본질적으로 큰 세계가 계속해서 같은 구조의 작은 세계를 포함하고 있는 프랙털 구조이다.

한편 기하학적인 물질 우주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도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단 한번 살거나 단 한번 죽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세월 속에서 큰 이 작은 삶을, 큰 죽음이 작은 죽음을 계속해서 포함하고 있는 구조이다. 한 번 태어나서 일정기간 계속해서 살다가 갑자기 죽는 구조가 아니다.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고 매일매일 다시 죽는 구조이다. 다만 어제의 작은 삶은 오늘의 큰 삶에 포함되어 있고, 오늘의 작은 죽음은 내일의 더 큰 죽음에 포함되어 있다. 오늘의 작은 생각이나 정신도 내일 좀 더 큰 생각이나 정신으로 태어난다. 그러다가 우리가 이 지구를 떠날 때쯤이면, 마요르카 인형처럼 삶은 점점 줄어든 모습이고 반대로 죽음은 점점 더 커져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사실 나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 속에서 상영되고 있는 홀로그램 우주 영화일 수도 있다. 나의 뇌가 바로 우주 전체의 크기와 같고, 나는 뇌만 가진 우주 크기의 거인이며, 뇌 속에서 상영되는 스스로의 영화를 보면서 외부세계가 있다고 생각해볼 수도  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몸도 뇌 속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일 뿐이다. 인간과 우주의 기원에 대해 수많은 주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절대적인 존재가 우주를 창조했고 지금도 피조물의 삶을 배려한다는 신관, 절대자가 우주를 창조는 했지만, 마치 시계공이 시계를 제작한 다음 태엽을 감아놓고 멀리서 관찰만 한다는 계몽주의적 신관, 중립적인 우주 에너지가 조화를 부린다는 음양오행설이나 기철학, 우주적 힘과 주파수에 맞추면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태동한 신사고나 아류, 단순 포가 진화를 거듭해서 고등동물로 발전했다는 진화론, 인간이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이론(리처드 도킨스), 모든 만물은 에너지가 변화된 상태라는 과학 이론(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에너지=질량 ×광속의 제곱), 128억 년 전에 완두콩 크기 초고밀도 상태의 어떤 존재가 현재 크기의 우주로 팽창했다는 빅뱅이론, 양자장에 모든 현실의 가능성이 공존하며 인간의 선택에 의해 현실이 창조된다는 양자물리학적 이론, 인간 우주론 등이 있다.

어떤 주장도 인간의 오감으로 확실하게 알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알고자 하는 대상이 인간 오감의 차원을 넘어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은 눈에 보이는 3차원 물질세계에 특화되어 있어서 더 큰 차원의 프랙털 구조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서 은하계 끝까지 간다고 해서 물질적인 접근으로는 다음 단계의 양파껍질 속 세계를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프랙털 구조나 홀로그램적인 인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신을 발견한 사람은 더 이상 신에 대해 논쟁하지 않는다. 평화를 발견한 사람은 더 이상 핵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정한 우주적인 건강을 발견한 사람은 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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