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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Nov 13. 2022

수명연장이라는 착시현상


모처럼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서 우산을 쓰고 가을비를 맞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낭만적이었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가을비가 내리면 그리운 친구도 생각난다. <가을비 우산 속에, 밤비, 빗속의 여인> 등의 구성진 노래가 많았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스마트폰도 없었다. 그런데도 친구들과 공중전화를 통해서 연락이 잘 되었고 살아가는데 불편이 없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발전되어 모든 것이 너무 빠른 템포 속에서 움직인다. 과거에는 시내버스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렸는데, 지금은 버스 정류소에 몇 분 후에 버스가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 옛날에는 인생의 여정에 실제 현실과 꿈의 세계가 주요 무대였다. 지금은 거기에다 다양한 가상현실의 세계가 추가되고 있다. 증강현실, 거울 현실, 메타버스의 세계 등. 물론 과거에도 현미경으로 사물을 확대해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현실에 대한 감각이 다양하지는 않았다. 한 세대란 원래 약 30년을 의미했다. 그런데 지금은 Y세대, Z세대, 알파 세대 등 짧은 연대 구간의 세대로 구분되고 있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인간 문명의 템포와 리듬이 빨라져도 인간의 삶의 터전인 자연의 템포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인간의 급하고 약탈적인 문명이 자연을 훼손하고, 역설적으로 병든 자연이 야기하는 여러 문제들이 인간에게 다시 회귀하고 있다. 식수원 오염, 미세먼지 등 공기오염,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 미세 플라스틱, 기후변화, 야생동물 남획 과정에서 코로나 19와 같은 인수공통 병균 전파 등 심각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비가 내리면 당장에는 미세먼지가 비와 함께 땅 속으로 흡수되어 공기가 잠시 맑아진다. 그러나 땅 속에 축적되는 미세먼지는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결국 인간의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의 몸에 축적되면 당장에는 건강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미세물질은 약 30~40년 후에 질병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즉 장기간 조금씩 몸에 축적되는 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환경성 질환은 노년기에 나타난다. 젊어서 초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에 장기간 노출되면 60대 이후에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83.5늘어났다(1960년에는 52.4세). 지금 젊은 세대의 기대수명은 100세로 예상된다. 그런데  기대수명에서 전체 인구의 평균 질병 및 장애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건강수명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0년도 건강수명은 66.3세이다. 평균적으로 약 66세까지는 그럭저럭 아프지 않고 살지만, 그 이후에는 약 17년 이상을 각종 성인병으로 시달리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양적인 수명은 늘었지만, 질적인 수명은 그렇게 늘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2년 현재 901.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이다. 3년 후인 2025년에는 20.5%를 넘어서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건강수명과 연결시켜 보면, 대략 2025년부터는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65세 이상이 질병이나 장애 속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쉽지만 현재 진행 중인 문명의 발전 속도를 한두 사람이 제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인간을 편리하게 하려고 시작된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경제발전이 결국 물과 공기를 탁하게 만들고 인간을 장기적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발전 위주의 세상의 방향을 재검토하자는 여론이 강화되어야 한다.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초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상당기간 마스크를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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