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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Nov 06. 2022

판단과 결과 수용

사람은 하루 종일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생각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면, 우선 3가지의 도화선이 필요하다. 과거의 기억을 자극하는 외부 장면 또는 글귀 등, 아무런 이유 없이 불쑥 떠오르는 과거의 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 그리고 어떤 결심을 할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기억들이 생각을 일으키는 도화선들이다. 사람은 하루에 약 6만 개의 생각을 하며, 대부분은 매일 반복되는 무의식적인 생각들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의식적으로 느껴지는 생각은 약 천 개 정도이나 이들도 너무 빨리 지나가면서 내용이 바뀐다.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중요한 생각은 하루에 3~5개 정도의 근심거리나 계획에 관한 것이다. 어떤 근심거리가 정리되거나 계획했던 일이 완수되면, 곧바로 수면하의 물방울처럼 새로운 근심과 계획할 일이 떠오른다. 무슨 생각이든지 그 생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적인 조절이 어렵다. 물론 특정 판단을 내리는 배경에 우리가 배운 교육, 경험, 유전정보, 환경, 성장한 사회문화, 종교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인이 아프리카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유럽인의 판단은 다르다. 동일한 상황에 처해도 나와 주변 친구의 판단은 다르고 처리 방향도 같지 않다.

사람이 하루에 내리는 수많은 판단에는 이 판단이 옳은지 틀린 지가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판단은 검토해볼 여유도 없이 지나가고 그에 따른 행동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앞에서 내 방향으로 걸어오면 서로 부딪힐 거라 판단하고 바로 옆길로 피하는 경우이다. 횡단보도 파란불이 몇 초 남지 않았으면 곧 꺼질 거라 판단하자마자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간혹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판단 여부에 따라 미래에 대해 결정하는 생각의 방향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배우자를 선택하기 전의 판단, 중병에 걸렸을 때 어떤 치료를 할지 판단, 어느 대학 또는 직장에 지원할지 판단, 경제 위기가 닥쳐올 때 어떤 대비를 할지 판단 등이 있다. 어려운 점은 어떤 중요한 판단을 할 때 주어진 선택지가 나에게 적합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좋아 보여도 장기적으로 나쁠 수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훌륭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정보란 나의 경험과 교육에서 비롯된 극히 제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처지의 지인의 자문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그릇된 판단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중요한 판단이 너무 어렵기에 "인사 대천명(사람으로서 할 바는 다했으니 하늘의 뜻을 따른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확신과 의심의 문제가 나타난다. 내가 어떤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 나에게 주어진 판단 근거를 총동원해서 선택을 했다면, 그러한 판단의 결과가 나쁠 거라고 의심해서는 안된다. "사람을 대할 때 의심되면 쓰지 말고, 한번 쓰기로 했으면 믿어야 한다"라는 말도 취지가 비슷하다.

내 판단으로 나에게 어떤 결과도 오더라도 그 순간에 나는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밖에 판단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흔히 어린 시절의 교육환경에 대해 부모를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이 된 우리가 잘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시절에 나의 부모도 경험이 부족한 불과 30대의 젊은이였고 그들도 그들의 입장과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더 좋은 수단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좋든 싫든 많은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에 대한 행동을 하고 행동에 대한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식당을 선택하기 전에도 이 식당을 갈까 저 식당을 갈까 판단한다. 그런데 자신이 판단해서 들어온 식당의 요리가 맘에 안 든다고 후회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그 식당에 들어오기 전에 분명히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고, 나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이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필요한 점은 일상의 사소한 결정들도 무의식적인 판단을 통해서 내리지 말고, 좀 더 의식적으로 차분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면 후회할 일이 적어진다. 잘못 내린 사소하게 보인 판단이 나의 하루를 망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내가 내린 판단에 따른 선택의 결과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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