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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Nov 23. 2022

인생의 의미 만들기

사람의 시각은 5감 중에서 7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어서 청각이 13%, 후각이 7%, 그리고 촉각과 미각이 나머지 3%를 차지한다. 이처럼 사람이 외부에서 입수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시각 정보에 의존한다. 그런데 눈이라는 시각 기관은 외부 사물이나 존재를 보고 알아차린다. 물론 내 몸의 전면 가슴 이하 부분을 볼 수 있지만, 나라는 존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실제 얼굴이나 나의 뒷모습을 눈으로 볼 수 없는 구조이다. 거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나의 실제 얼굴이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남의 허물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자신의 허물을 보기가 어렵다.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그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는 쉽지만, 나 스스로 잠시 후에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잘 생각해보면, 나라는 존재란 눈과 귀를 통해 접수한 외부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한 다음, 나의 생존에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며 외부환경에 반응하는 생물체이다. 만약 내가 지금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면, 어떠한 외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외부 세상이란 사람에게 주어진 불가결한 촉매이다. 삶에서 외적인 자극이 없다면, 숨만 쉬고 있는 생물체에 불과하고 감긴 태엽이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이는 로봇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사람은 직장이건, 단체건, 친구들이건, 동호회 건 자극을 주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어떤 외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직장이란 돈을 벌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직장이 주는 소속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업상태가 되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견디기 어렵다. 소속감은 개인을 집단 또는 군중심리에 매몰시켜 개인적인 고독감을 줄여준다. 또한 제삼자에 대한 가십, 소문을 서로 나누면서 자신의 문제나 아픔을 잊게 해 준다.

 젊어서는 그렇게 외부세계가 제공해주는 집단의 가치를 나누면서 개인적인 가치를 모르고 산다. 그러나 중장년기에 접어들면서 눈도 흐려지고 귀도 멀어지게 되면, 외적인 일이나 사건이 주는 자극이 점점 약해진다. 이때부터 서서히 수십 년간 반복되는 일상의 외적 자극들이 중요성을 상실하고 무의미해지게 된다. 그러면 외부 정보 수집을 담당했던 눈과 귀도 총명함을 잃게 되고, 외부정보 분석을 담당했던 뇌가 할 일이 줄어들면서 인생 자체가 무의미하고 허무하다는 느낌을 일으킨다. 젊어서는 외부 자극이 주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나의 반응을 야기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같은 경험이 주는 자극이 줄어들면, "이건 뭐지?"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란 것이 늘 새롭고 신기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라면, 새롭고 신기한 것이 줄어들면 인생의 의미가 없어지고 허무해지는 것인가?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끝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여행하고, 추구해보라고 한다. 나이와 무관하게 늘 새로운 외부 자극만이 나의 반응을 유도해내고, 그러한 자극-반응 구조 자체가 인생을 사는 의미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늘 호기심을 일으키는 새로운 일을 찾기가 어렵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그 세계가 중요했고 전부였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시시하고 유치한 놀이터로 돌아가 하루 종일 구슬치기를 하라는 것으로 들린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들면서는 자신의 마음과 내면세계를 관찰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마음을 관찰해보고, 내가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와 왜 자꾸 같은 기억이 떠오르는지 등에 대해 관조해볼 필요가 있다. 외부 세상에 대한 눈과 귀가 흐려질 때는 내면세계에 대한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추억 속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흐르는 생각의 물결을 바라보며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해본다. 어떤 생각이 과거 경험에 대한 되새김질이고, 어떤 생각이 영혼의 목소리인지 구분해본다. 나의 눈과 귀의 방향을 나의 내부로 돌려서, 처음으로 나의 실제 마음 구조를 바라본다. 그러한 노력이 노년기에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인생에는 무엇이 됐건 일거리나 관심거리가 있는 한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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