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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인 우주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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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16. 2023

후회하지 않을 마음 자세.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였고, 삶과 죽음 관련 연구자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1926-2004)는 자전적인 저서 <생의 수레바퀴>에서 2차 세계대전 동안 환자치료 경험과 의사로서 평생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며 느낀 체험과 삶의 교훈을 알려준다. 죽어가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사실을 전해준다: "뒤돌아보고 삶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해온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또 다른 삶을 바라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정직하고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세요". 정말 소중한 진실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대한 우주 앞에서 인간은 정말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거대한 우주에서 먼지보다 작은 지구라는 공 위에서 서로 좀 더 잘났다고 싸우고 미워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잘났거나 보잘것없는 모든 사람을 예외 없이 데려가는 것이 죽음이다. "하나님은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고린도전서 1장)"라는 성경의 말씀도 인간의 허망한 집착을 지적하고 있다. 로마시대의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은 네 마리의 백마가 끄는 전차를 타고 축하의 행진을 하였다. 그때 비천한 신분인 노예 한 명이 장군과 함께 전차를 타고 메멘토 모리를 계속 외쳤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란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개선장군에게 너무 자만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토록 물질에 집착하며 살아가나. 잘 알다시피 불교에서도 인생 고통의 원인을 집착과 탐욕에 있다고 본다.


보통 우리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구분할 능력이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현명해지라고 충고도 해준다. 그럼에도 자신의 정해진 인생 방향에 대해서는 우둔하거나 아예 눈을 감고 산다. 언젠가는 이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언젠가가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장님이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걸어 나갈 때 안전한 곳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은 늘 안전하고 편안한 것만을 찾는다. 불편하고 위험한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이 아무리 피하려고 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불편한 것과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순간이 됐을 때 사람들은 그제야 후회를 한다. '살아 있을 때 죽어야만 진짜로 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위험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고치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지금 내가 무의식적으로 무시했던 사람을 다시 돌아보고 존경해 주어야 한다. 어디를 가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길에서,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주변사람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배려해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바로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만든다.


원래 나중에라는 것은 없다. 나중에는 상상 속에만 있다. 지금부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바꿔야 한다. 인생이 별 것인 것 같지만 별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평생 힘들게 줄다리기의 밧줄을 붙잡고만 있을 것인가? 가끔은 꽉 잡고 있는 밧줄을 놓아줘야만 승리할 때도 있다. 진정한 승리란 내가 먼저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화장하고 몸을 치장한 사람이 외모는 아름다울지 모른다. 그러나 내면의 아름다움은 주변 사람을 아끼고 어려운 일을 먼저 도맡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진다. 이기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이타적으로 사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그래야만 나중에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까지 와는 다른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과 같다.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돌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좁은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 주면 좋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볼 때, '수고하시네요'라고 친절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것도 좋다. 내가 먹는 음식을 주변 사람과 나누어 먹는다면 더욱 좋다. 출근하는 가족에게 ' 오늘도 잘할 거야'라고 격려해 주는 것도 좋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 '반갑네,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라고 덕담을 나눠주면 더욱 좋다. 미소, 친절한 말, 덕담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다만 마음 자세의 변화를 요구한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 하루 할 일 중에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이 무엇인지 점검한다. 그리고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후회할 일이 없었는지 확인하고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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