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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03. 2020

인간의 숨겨진 능력 회복

상실된 존엄성 자각

컴퓨터나 스마트폰에는 많은 기능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주로 일부 기능만을 사용한다. 이들 기기가 수명이 다해 버릴 때쯤 되면, 내장된 기능 중에서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기능들도 많다. 인간의 뇌에도 많은 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극히 일부 기능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심리학의 대가인 윌리엄 제임스가 인간이 뇌의 10%만 사용한다고 처음 언급했고, 데일 카네기가 <자기 관리론>에서 이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능력과 관련한 유명한 영화인 루시의 홍보문구에 ‘10%~인간의 평균 뇌사용량, 24%~신체의 완벽한 통제, 40%~모든 상황의 제어 가능, 62%~타인의 행동을 통제, 100%~한계를 뛰어넘는 진화’라는 광고 내용이 포함되면서 뇌의 10% 사용설은 더욱 널리 퍼졌다. 물론 인간이 뇌의 10% 정도만을 사용한다는 주장은 현대 뇌과학자들에게는 근거 없는 속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뇌의 10% 사용설의 진위와 상관없이 뇌는 무한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60여 조 개의 세포, 1,000억 개의 신경세포, 30억 개의 유전자 염기서열 쌍, 하루에 12만 번씩 뛰는 심장, 엄청난 양의 뇌의 기억창고 등 고도로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육체적 조절 외에 통찰력, 순간적인 느낌, 예감, 텔레파시, 꿈과 기억의 현상만 보아도 우리 뇌가 가진 신비성을 알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정신적인 특수한 능력은 아마 인공지능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신비한 존재로서 지금까지 감추어진 90% 인간 기능이 있다면, 이를 발견해서 사용하는 것이 21세기 인류의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물론 소수의 과학자나 예술가들은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 같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은 숨겨진 인간 능력을 이용해서 중력과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발견했다. 30년 전에 허블망원경을 발견해서 우리 은하계 외에 수천억 개의 새로운 은하계를 발견했다. 천재들은 우주선도 디자인하고, 양자컴퓨터나 유전자 편집 등 창의적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궁금한 점은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이 뇌에 내장된 무궁무진한 기능을 좀 더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이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은 우선 인간에게는 엄청난 기능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이 제한된 인간관계나 개인적 이익 추구에만 집착해서 살다 보면, 폭넓은 사고나 새로운 현실에 대한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혀 산다. 윌리엄 제임스는 ”당신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선택해서 관심을 가진 것의 합계가 당신의 삶이다 “라고 했고, (William James)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아무도 그가 산 이상의 생을 잃지 않으며, 그가 잃을 수 있는 이상의 생을 살지 않는다 “라고 삶의 한계에 대해 지적을 했다. 뇌의 숨겨진 능력을 활용하려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서 자신의 이해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언어도 물물교환 등 일반적인 정보 교환에는 도움이 되지만, 감정이나 추상적인 개념의 표현에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언어는 인간의 섬세한 생각과 감정을 담아서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대화할 때 말의 숨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책의 내용과 사람의 말은 별도의 해석이 필요할 때가 많다. 따라서 보통 모든 현상을 대강 개념화해서 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언어의 이런 애매한 특성도 아마 인간이 가진 능력을 아직 완전하게 발견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언어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를 깨달은 사람이다. 그는 인간의 언어가 과학적인 명제 표현에는 도움이 되지만, 도덕·윤리·철학·감정 등 인간의 마음 표현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모든 인간에게도 분명히 일부 천재들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사고체계, 인식체계, 육체적 및 정신적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 과학자들의 주장대로 평행우주나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면, 그곳의 인간들이 활용하는 인식체계나 능력은 지구의 인간들과 다를 것이다. 이 점은 이 세상과 우주에는 아직도 지구의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가 많다는 사실에 대한 비유이다. 지금 지구의 인간에게 주어져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인간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금의 인간 인식능력으로는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들로 여행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편,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능력개발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인간이 이미 깨우쳤으나 현재는 상실한 인간의 인식능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조상들이 가졌던 인간의 존엄성이 현대 인간들이 상실한 능력 중 하나라고 본다. 독일의 신경 생물학자인 게랄트 휘터는 <존엄하게 산다는 것-우리를 개인과 사회로서 강하게 만드는 힘>에서 기술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폐단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인간다운 삶과 품격 있는 삶을 회복할 것을 권한다. 그는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존엄이란 인간이 타고난 본능이자 삶 속에서 다시 회복해야 할 감각이라고 정의한다. 원래 인간은 살면서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특수한 존재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광고 홍수, 스마트폰 중독 등을 통해 인간에게 쓸데없는 일을 하게 만들고, 인간의 분별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자기 존엄성을 깨우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본다. 게랄트 휘터에 따르면, 유일한 해결책은 인간의 능력과 존재에 대해 올바른 자각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존엄성을 해치는 행동을 하면서 한동안 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금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동유럽의 민주화운동을 예로 든다. 억압했던 대상이 사라진다고 해서, 과거 공산 정권 시대에 뇌에 형성된 비민주적인 문화 패턴이 뇌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억압 타파가 사라졌어도 인간 스스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기로 함으로써 존엄함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존엄성 회복 못지않게, 조상들이 가졌던 공동체 구성원들에 대한 돌봄과 배려, 그리고 상호 연대의 마음 회복도 개인주의와 분리적 삶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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