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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n 12. 2020

기분과 심리적 평화

마음 평화를 위한 길

어떤 상황에서도 기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살 수 있다면, 최고의 삶이라고 본다. 보통 사람은 기분에 따라서 산다. 큰 투자 결정이나 중요한 선택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기분이 작용한다. 매사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만, 결정의 단계에서는 감정과 기분이 순식간에 지배력을 발휘한다. 오히려 이성은 원래 자신의 합리적 논리를 배반하고, 기분의 최종 결정을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침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거나, 첫 직장에 출근하거나, 혹은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누구나 기분이 새롭고 좋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사물에 익숙해지고 왠지 모르게 처음 느꼈던 좋은 기분도 점차 무뎌지고, 기분 나쁜 일도 일어난다. 인생에서 과거에 느껴본 좋은 기분을 원할 때마다 똑같이 다시 느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럴 수 있다면 사람들이 매번 새로운 아침, 새로운 여행지, 새로운 자동차, 새로운 휴대전화, 새로운 친구,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과거의 느낀 긍정적인 기분을 다시 느끼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었거나 상장을 받았을 때와 같이 처음 느낀 감격의 순간이 있었다면, 그때의 기분을 매 순간 다시 불러와서 느껴 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회상을 통해 삶의 기쁨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면, 오늘 다시 내 인생을 새롭게 조정해서 살 수 있다. 과거 기억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대상 기억을 자주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희미한 과거의 기억도 자주 반복해서 회상하면, 뇌의 신경회로에 고속도로가 생기고 연결이 강화되어서 점점 분명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반복적인 생각과 감정 이입이 되면 기억이 잘된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짧고 기쁜 새로운 순간들을 잘 포착해서 나중에 힘들 때 녹음기를 재생하는 것처럼 재활용해야 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에다 ‘나는 언제 무슨 일로 인해 너무 기뻤다’라고 녹음해두거나 적어두면 도움이 된다. 기쁜 상태를 비디오로 찍어두면 더욱 효과가 좋다. 중요한 점은 늘 긍정적인 경험에서 우러나는 행복했던 기분을 반복해서 느껴보는 것이다. 버스 터미널에 가면 여러 목적지의 버스들이 있다. 어느 버스를 타느냐(어느 기분을 느끼냐)에 따라서 도착지가 다르다. 버스가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환경이라면, 지금 어느 버스를 탈지의 선택은 내 선택과 의지의 문제이다. 어디를 가건 처음 가본 길은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자주 다니다 보면, 익숙해지고 가깝게 느껴진다. 인간의 기억도 자주 회상을 하면, 신비할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복원해 준다. 혼란스러운 뉴스, 질병과 노화에 대한 각종 정보 등 외부 환경이 제공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나의 삶은 오직 내가 좋아하고 기분이 좋은 분야에서 진짜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추진하는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는 다양한 회색들이 많이 있다.      


평균적으로 인생 80세를 살면 29,200일을 보낸다. 환자의 임종을 지키는 의료인에 따르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부분 사람이 삶 속에서 시도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크게 후회한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진짜 기분을 잘 느껴보지 못하고 산다. 인생이 긴 날들이지만, 사람들은 반복되는 날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무에서 와서 언젠가는 다시 무로 돌아가는 인생의 본질을 모르는 것처럼 살아간다. 집을 떠나 잠시 멀리 여행 간 사람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않는 것과 같다. 마치 현재의 나이, 성별, 직장, 지위가 영원히 고정된 것처럼 느끼며, 그에 합당한 역할을 다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구실을 하는 것을 페르소나와 그림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본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로운 정체성을 발휘하는 대신, 사회가 요구하는 구실을 하면서 가면인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1,000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다. 자신의 기분을 위장하는 데 사용되는 수단들이다. 또한, 융에 따르면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은 개인적으로 부정하고 후회하는 것들을 내면에 감추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자아의 어두운 부분에 있어서 의식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림자라고 부른다. 이렇게 사회적 구실을 하면서 자신의 본질을 모르거나 억압한 채로 살다 보면, 인생을 연극이라고 여기게 되고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삶을 합리화한다. 그리고 외부 환경 때문에 자신이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되었다고 믿게 된다. 세상의 가치나 유행에 동조하고 순응하면서 살다 보면, 시간이 번개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시도도 못 하고 늙게 된다.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공식 무대에서 은퇴하고, 노화 속에서 후회하며 삶을 마무리한다.     


기분의 상태가 나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이다. 내 기분과 마음이 편안하면 나의 내면도 편한 것이다. 모든 삶의 순간마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쪽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아프면 잠시라도 조용한 곳을 찾아 가장 편한 상태로 누워서 쉬는 것이 좋다. 물론 나의 편안함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사에 나에게 가장 기분이 좋고 편한 마음을 주는 쪽으로 결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하고 돈을 버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하루에 10분 정도는 나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는 무엇에 투자해야 한다. 즉 10분 동안은 머리로 생각하는 마음을 벗어나 가슴으로 나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야만 무의미한 생각의 쇳소리를 줄일 수 있다. 어디든 상관없을 것이다. 작은 공원의 벤치, 지하철역 내의 의자, 빌딩 옥상 등 어디라도 나만의 공간을 찾아서 가슴이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하거나 그냥 쉬면 된다. 쉬면서 아주 잠시라도 뭐라 표현할 수 없이 가슴이 북받치는 기분이 든다면, 그때가 나의 내면이 가장 편안한 순간이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많다. 사람들이 자주 다닌 길도 있고, 험난하지만 길을 새로 만들면서 갈 수도 있다. 조금 늦게 정상에 오를 수도 있지만, 모두 평등하게 정상에서 만나게 된다. 결국, 누구나 죽음이라는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생이라면, 오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유일한 길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이 편한 길을 가면 된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생의 성공 공식이 있을 수 없고, 다른 사람의 길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누구나 공통으로 결단해야 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꼭 이 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성공한 사람의 목표를 모방해서 실천할 필요도 없다. 홀로그램 사진의 모든 조각에는 전체 사진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인생에도 사람들의 모든 결심과 모든 목표에 결국은 정상에 오르는 길이 내포되어 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기분이 좋은 길을 선택해서 가면 된다.      


또한,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평소에 무엇을 우선순위로 정할지도 너무 고뇌할 필요가 없다. 마침 무슨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그냥 따르고, 없다면 우선 아무 일이나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의 기분이 좋고 심리적 평화를 주는 일을 하면 된다. 특별한 목표가 없다면, 가장 손쉬운 길은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 소파를 가지런히 정리하면 된다. 이부자리도 정리하고 옷도 잘 걸고 신발도 잘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작은 목표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아이디어를 따라가면, 어느덧 더 큰 목표가 다가온다. 다른 사람들이 처음부터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고 느껴져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한편, 선천적으로 의지가 강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람되고 재미난 작은 기분들의 경험이 축적되면, 누구라도 사후적으로 의지가 강해질 수 있다. 작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 늘어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커지면 희미했던 의지가 강화된다. 먼저 의지가 강해야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기분이 좋으면, 의지가 강해지고 일을 잘하게 된다.      


심리적 기술을 활용해서 기분을 조절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는 <금방 괜찮아지는 마음>에서 때로는 현명한 체념도 필요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적당히 해도 괜찮다고 마음을 정하고, 어깨 위의 짐을 살짝 내려놓는 시도를 해볼 것을 권한다. 다른 사람의 안색을 과도하게 살피지 말고, 너는 너, 그리고 나는 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 보라고 한다. 이미 잘못된 지난 일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반성을 하지 않고, 차라리 미래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계획을 잘 세운다. 그가 말하는 심리적 기술 중에서 재미있는 기술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을 로봇처럼 여기고 기계적으로 웃고 행동하면, 상대의 말에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 또한, 부정적인 일이 예상될 때, 닥쳐올 스트레스를 당연하다고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두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라는 방법도 공감이 간다. 사실 심리적 기술을 활용해서 기분을 조절하는 방법은 많다. 보통 깊은 호흡법이 많이 사용된다. 필자의 경우는 특별히 할 일이 없거나 답답한 상황, 음식 꼭꼭 씹기, 그리고 산책 등을 할 때 숫자를 천천히 센다. 숫자 세기를 마칠 때는 마지막 숫자를 스마트폰에 기록해 둔다. 그리고 다음 숫자 세기를 할 때는, 지난번 마지막 숫자에 이어서 센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젯밤에 어디까지 살았더라 기억하는 것과 비슷하다. 글을 쓰는 오늘 현재 스마트폰에 기록된 숫자는 144,000이다. 오늘 저녁에 산책하러 나가면, 144,000부터 이어서 세면서 걷는다. 보통 1,000개 정도 숫자를 천천히 세면서 걸으면, 약 1시간 40분이 걸린다. 숫자 이어 세기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가장 좋은 점은 잡념이 사라지고,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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