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는 순간도 가히 영화 같은 스펙터클 고통 프로세스를 경험했지만 그건 예상했었고, 이미 충분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육아에 있어 멘붕의 순간은 아니었다. 아이 머리가 내 몸에서 나오는데 안 아플 수가 있을쏘냐! 게다가 그건 어쨌건 하루 이틀에 끝났다.
첫 아이를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9시간의 생 진통 끝 아이가 나오고 새벽 1시경 씻긴 아이를 내게 데려다주셨다. 그리고는 젖을 물려보랜다.
아.. 그 광경과 느낌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첫 수유. 아이를 간호사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비스듬히 내 가슴 앞에 눕혔다. 내 가슴에 입을 대고 있는 아이가 너무 작고 어려워 혹여나 까부라질까, 혹여나 숨이 막히지는 않을까 싶어 아이 코 앞에 있는 내 가슴을 눌러 아이코가 내 가슴과 맞닿지 않게 하고 아이의 입을 바라보았다. 오물거리는지 그냥 벌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 벅차고 감동이 되어 하루 종일 진통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그렇게 아이를 지켜보며 그 날 새벽을 꼴딱 샜다.
그래, 내가 너의 엄마야. 이제부터 너를 먹여줄게.
어찌나 경이롭고 신기한지.. 남편은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데도 마치 아이와 나 둘만이 이 세상 아닌 곳에 있는 것처럼 시간도 훌쩍 가버렸다. 정말이지 인생의 유일무이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제 매일매일 내 가슴으로 나의 아이를 당연히 먹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황홀한 기분을 매일매일 느끼면서 말이다.
엄마라면 누구나 모유 수유를 하고 싶을 것이다. 모유 수유의 좋은 점을 산모일 때부터 들어 알고 있을 것이고 꼭 산모가 아니라도 분유보다는 모유가 좋다는 것쯤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생기면 여성의 호르몬에 의해 며칠 뒤 가슴에 젖이 돌아 젖몸살이 올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으며 그 후 언제든지 아이가 배고플 때 내 가슴을 가져다 대면 아이가 배불리 먹을 만큼의 모유가 나오는 줄 알았다.
그래, 정말이지 아이를 낳으면 거의 대부분의 모든 여자가 별 어려움 없이 젖소 부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또 아나 콩. ㅠ
우리 아이는 황달로 인해 출산 후 며칠 입원을 했다. 그 기간 중 나는 아이에게 수유하지 못했으며 유축(젖을 기계로 짜내는 것)을 통해 고인 젖을 빼고 그 유축한 것을 간호사 선생님께 가져다주며 조리원 생활을 했다. 나는 가슴이 젖으로 차 오르는 것이 느껴지면 유축을 했고,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3시간마다 하라고 하셨지만 할 때마다 사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콸콸 나오지 않았고, 몇 방울씩 짜내는 수준이었다.
함께 출산한 다른 산모들이 유축한 젖을 한 팩씩 가득가득 들고 오는 것을 보기도 했지만 나는 그때까지 내가 아이를 온전히 돌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며 아이와 집에 가면 나도 젖양이 늘어나 저렇게 콸콸 모유를 얻게 될 줄 알았다.
아이와 집에 돌아왔다. 그 날부터 난리가 시작되었다.
아이는 모유수유를 할 때마다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때는 왜 우는지 이유도 모르고 멘붕 되어 어설프게 책에서 봤던 대로 잠이 오는 게 아닐까? 기저귀가 젖어 있는 게 아닐까? 너무 변한 환경 때문인가? 등등 책에서 제시하는 원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신생아는 많이 잔다. 먹고 놀고 자고, 먹고 놀고 자고 가 신생아의 일상이다. 배부르게 충분히 먹은 아이는 포만감에 즐겁게 놀다가 잠에 빠지게 되는데 자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때 산모도 함께 자면서 몸을 추스르고 쉬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 내가 알게 된 것은 선 경험 후 뒤늦게 알게 된 것이지만 그때 우리 아이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계속 울었다. '엄마 배고파요~~ 배고파요~~'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모르고 ' 왜 방금 맘마를 줬는데 또 깼니? ' 하면서 이것저것 엉뚱한 요인을 살펴보다가 또다시 수유를 하고 또 아이는 5분 자고 깨고 나는 또 이상하다 하면서 수유를 하고 이것을 하루 종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신생아에게 하루 6번에서 8번 정도 수유를 시작하며 점차 횟수를 줄이기 시작하는데 그 당시 나는 하루 20번 넘게 수유를 했으니 그야말로 하루 종일 수유를 하고 있는 셈이였다. 잠옷의 단추를 미처 잠그지도 않았을 때 아이가 또 깨어나서 그냥 하루 종일 미친 사람처럼 앞섬을 풀고 수유만 했다. 5분 간격, 길어도 30분 간격쯤으로...
그러니 자야 할 아이도 못 자고, 쉬어야 할 나도 못 쉬고, 아이는 배고프다고 울고, 나는 애가 안 자서 힘들다고 울고 그렇게 난리 부르스였다.
못난 엄마는 아이가 왜 우는지를 집에 온 지 2주 만에 관찰로 어렵사리 파악했다.
1. 아이는 황달 입원으로 인해 콸콸콸콸 나오는 분유에 길들여져 있었다.
2. 그 시각 제대로 유축과 수유를 못한 나는 젖이 이미 조금 줄어들고 있었다.
3. 그래서 우리 아이가 포만감을 느낄 만큼 내게는 충분한 젖이 안 나오고 있다.
4. 아이는 늘 배고파서 깊이 못 자고 깨고 있다.
5. 게다가 아이가 한쪽 가슴으로 먹이면 빨고 있는데 다른 쪽으로 먹이면 아이가 거부하며 심하게 울어댄다. (알고 보니 내 가슴은 미묘한 짝가슴이었다. 이것도 아이행동을 관찰 하며 모유수유 전문가에게 내 가슴을 찍어 보내는 등의 난리통을 통해 알게 된 일이다.)
6. 무엇보다 아이에게도 처음 젖을 빠는 것은 분유 젖꼭지와는 다르게 무척 힘든 일이고 배워가야 할 일인데 엄마인 나는 모유 수유한답시고 쫄쫄 굶기고 있으니 빨 힘도 없고 배는 고프고, 잠은 오는데 잠도 못 자고, 무슨 이런 엄마가 있나 하며 왕짜증을 내고 있었을 것 같다. (점점 초예민 신생아로 변해가고 있었다. ㅠㅠㅠㅠ)
이때 엄마가 할 수 있는 선택은 3가지가 있다.
1. 모유 수유를 고집하거나
2. 모유를 주고 그다음에 배부르게 분유로 보충을 하며 혼합을 하거나
3. 분유로 수유하거나.
분유 수유를 해도 엄마가 아이에게 모유 말고 해 줄 것은 앞으로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뭔가 사람들이 좋다는 그 모유를 처음부터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우울했다. 그리고 나는 결정했다. 아이에게 그 귀하다는 모유를 주기로.
'나도 젖소 부인이 되고야 말 거야.'
여기에서부터 나의 멘붕이 시작되었다.
모유를 주기로 결정했으면 어떤 방법으로 모유의 양을 늘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질문을 했던 모유 수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아이가 젖을 많이 빨수록 젖양이 늘어나니 분유를 끊고 무조건 많이 젖을 물리며 모유 수유만 하라' 고 했다.
" 애가 배가 고파서 안 자고 계속 깨는데요?" 그래도 분유로 보충하여 아이가 포만감을 느끼면 자주 엄마의 젖을 안 빨게 되니 분유를 끊고 무조건 아이가 깰 때마다 모유 수유를 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또 아이를 먼저 키운 선배 엄마들과 친정어머니는 아이가 배가 고파서 계속 우는데 어떻게 배고픈 아이를 울리냐며 모유 수유 후에 분유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차츰차츰 늘여가라고 하셨다.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어떻게든 분유 보충 양을 줄이고 모유양을 늘이기로 말이다.
나는 먼저 하루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마셨다. 모유분비에 좋다는 차도 마셨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 옛날 시골 농부의 그것처럼 잠옷 저고리를 걸쳐 입고 옷을 매 무지 않은 채로 하루 종일 아이에게 내 젖을 물렸다.
배고픈 아이의 울음소리, 10분마다 깨서 밥 달라고 내 쭈쭈를 찾는 그 소리...ㅠㅠㅠ 밤이고 낮이고 나를 찾아대는 그 소리에 나도 함께 울며 수유했다.
수유를 하면 가슴이 아프고, 살이 찢어지고, 덥고, 피곤하고 등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잠을 못 자는 것이었다. ( 이것은 다음 3화에 이어서 ...또 할 말이 많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아주아주 어렵사리 완모에 성공했다. (완모! 그 이름도 당시에는 몰랐던 완전 모유로 수유하는 완모!!!!!) 나의 젖양만으로도 아이가 배고프지 않고 (분유를 하루에 한 번도 보충하지 않고)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출산 후 약 80일이 지나서였다.
그 80일이 되기까지 나는 진정한 젖소 부인이 되기 위해 매일 수유만 생각하는 삶을 살았다. 덕분에 완모라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아울러 우리 아이는 푹 자야 할 신생아 시기를 새우잠 자며 수시로 깨고 배고프다고 울음으로 성토하는 예민남으로 등극하게 되었고 나는 단유 하게 되는 17개월까지 꼼짝없이 아이의 밥통이자 잠자리 친구 신세가 되었다.
지금은 안다. 그렇게 많이 아이를 울려가며 모유를 주지 않았더라도, 분유를 보충해가며 모유를 주었어도 내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완모가 되는 시기가 미뤄질 뿐이지 완모를 못하게 되는 건 아니란 걸 말이다.( 그래서 둘째는 모유와 분유를 혼합하며 천천히 완모 했다. 그리고 실컷 아이를 배부르게 만들어서 재웠다. )
하지만 그때는 무엇이 옳은지 알지 못했고, 경험치를 가진 사람 말보다는 교과서적인 전문가의 말을 따랐다. 그래서 어떻게든 분유를 줄이고 모유만 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선택한 것을 이루었으니 불만은 없지만 그 당시의 완모를 위해 나는 온전한 몸조리를 포기하고 매일매일 수유쿠션과 한 몸이 되어야 했으며 제대로 된 잠을 거의 자 본 적이 없다. 기뻐야 할 아이 돌봄이 공포로 다가왔고 아이의 울음이 무서워 그 앞에서 담대해지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