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잠자는 법을 모를 수가 있을까? 피곤하면 눈감고 그저 멍만 때리고 있으면 저절로 잠이 오는데 어릴 때부터 잠 많기로 유명하고 한 번도 잠들지 못한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했던 나는 아이도 이런 나의 유전자를 당연히 물려받아 잘 자고 예쁘게 클 줄 알았다.
맘마를 배불리 먹고 아이를 내려놓으면 방긋방긋 웃다가 피곤하면 스르륵 졸려하고 엄마가 자장가를 불러주며 몇 번 토닥토닥해주면 어느새 천사처럼 자고 있는 아이. 나는 그런 그림 속 아이가 일반적인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화의 모유수유와 더불어 첫 아이를 낳고 보니 정말이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그러려니의 그림은 와장창 깨어지고 아이를 먹이는 것도, 아이를 재우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모유수유 때문에 난리를 쳤는데 자지도 않는 아이라니!!
우리 아이는 자지 않았다. 자지 않았을뿐더러 자야 할 시간에 깨어서 울었다. 여러 번 아주 많이, 듣고 있기 힘들 정도로 고되게 울었다. 역시나 2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왜 그렇게 아이가 자야 할 시간에 자지 않고 많이 울었는지 알게 된 것은 모두 다 후 고백적이다. 지나고 나서야 그래서 그랬구나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이유를 몰라 무척이나 당황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부족한 모유양일 때 아이가 잠에서 깨서 울기만 하면 수유를 했다. 이 삽 심분 수유를 하다가 아이가 약간의 허기를 면하고 엄마의 품에서 편안해져 잠이 올 때면 나는 충분히 수유했나 보다 하고 잠든 아이를 조심조심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러다 아이가 잠에서 깨면 다시 젖을 물리고 아이가 잠이 들면 조심조심 내려놓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아이는 포만감에 잠든 것이 아니었고 단지 약간의 허기만 면한 채 잠든 것이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유수유 행위가 우리 아이에게는 잠잘 때 하는 엄마의 고유한 수면 의식이 되어 엄마의 쭈쭈를 빨아야지만 잠에 든다는 잘못된 고리가 연결되게 된 것이다.
이리하여 나중에 내 모유가 아이의 먹는 양과 얼추 맞추어졌을 때도 아이는 배가 불렀지만 여전히 그것과 상관없이 잠이 오면 엄마 쭈쭈를 찾게 되었고 그것을 물고 있어야 잠이 들 수 있었다. 나는 아주 조용히 살금살금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았지만 얼결이라도 잠에서 깬 아이가 자기 입에 엄마의 쭈쭈가 없다는 것을 인지할 때면 큰 울음으로 나를 불렀다. 나는 아이를 다시 재우기 위해 모빌을 틀기도 하고, 아이를 안고 토닥이며 걸어 다니기도 하고, 아이를 바운서나 침대에 올려놓고 흔들기도 하고, 아이 머리 위에 깜깜한 이불을 살짝 덮어 씌우기도 하고 함께 누워서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별 거 별거를 다 해 보았지만 결국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나의 쭈쭈였다. 그렇게 나는 밤 새 아이의 공갈젖꼭지가 되어 자다 수유하다 자다 수유하다를 반복했다.
딱 한 번 잠자기 전에 수유하고 아침까지 쭉 통잠을 잤으면 한 두 번쯤 수유하며 재운다 해도 괜찮았을 텐데 아이가 성장통으로 힘들어하는 급성장기나 배가 덜 차서 잠든 날, 아이가 피곤했던 날, 아이가 이가 나서 힘들었던 시기 등등 거의 매일 아이는 그 긴 밤을 통잠을 자지 않고 수시로 깨서 우렁차게 울어댔다. 보통 여섯일곱 번쯤 깼고 많은 날은 열두 번도 넘게 깨어 숨이 꼴딱 넘어가게 울었다.
아이가 밤 잠에 들어가는 초입에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지만 나도 밤잠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한 밤 중 갑자기 울어대는 아이를 빨리 진정시키고 나도 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나는 주섬주섬 가슴을 꺼내 아이의 입을 막아버렸고 아이는 또 십 분쯤 맘마를 먹다가 잠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엄마들이 많아서 아이가 통잠을 못 자는 것에 대해 자료들을 찾아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통잠을 못 자는 아이들이 많고 그 아이와 같이 날밤을 세며 아이와 함께 우는 엄마들을 위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수면 교육을 하는 책들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보통 아이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침대에 눕힌 후 그곳에서 자는 것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가르쳐 주라는 내용이었으며 그 사이에 아이의 울음의 강도와 지속시간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처럼 강단 있게 이미 아이에게 연결된 수면 의식의 연결 고리(내 쭈쭈)를 끊어내고 누워서 눈 감고 스르륵 자는 거라는 걸 가르쳐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일하러 가는 남편과 함께 자고 있는 방에서 아이를 계속 울려야 했으니 그렇게 죽어라 쭈쭈 가져오라고 울어대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그리고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기 미안해서 우는 아이를 눕혀서 토닥이기 십분 쯤 후에는 여지없이 또 수유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가 잠든 후 젖을 몰래 빼서 아이를 살포시 눕혀놓았는데 5분도 안되어 연이어 깨서 울어댈때는 잠 못자게 고문하는 일본 순사를 바라보듯 아이를 원망의 눈빛으로 밀어내고 그만 좀 하라며 울고 있는 아이를 두고 소리를 친 적도 있다.
결국 나는 하룻밤 사이에 열 번가량 수유를 하고 아침을 맞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나는 잔 것인지 안 잔 것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얘는 왜 이렇게 우는지? 우는 아이를 옆에 우두커니 두고 ' 어쩌라고, 더 이상 어쩌라고..' 이런 엄마 같지 않은 소리나 읊조리며 베개로 내 두 귀를 막고 있는 웬 미친년을 마주하게 되는 날의 반복이었다.
이런 날이 몇 달 반복되니 괴로움의 칼날은 엄한 남편에게 겨누어져 '왜 당신은 가슴이 없는 거야? 남자들의 가슴은 왜 달고 있는 거야? 앞판 뒤판 구분하는데나 쓰는 거야? 이렇게 힘든 거 좀 나누어하면 얼마나 좋아서..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것도 다 나에게만 달려있다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하는 엉뚱한 생각만 하며 남편의 고생보다 내 고생을 더 크게 볼록렌즈로 덧대어 보았던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첫 아이를 낳고 열다섯 달 가량을 아이와 함께 밤을 꼴딱 지새우며 내 통잠을 양보하고 아이의 울음을 책임지며 보냈다. 아이는 모유수유를 끊고 나서야 통잠에 빠져들었다. 어리석은 것인지 다행인 것인지 인간은 경험에서 배워 다행히 둘째는 잠을 잘 때 엄마의 쭈쭈를 물고 잔다는 것을 수면 의식의 고리로 만들지 않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고 누워서 눈을 감고 혼자 놀다가 스르륵 자는 것이 인간다운 잠자기 방법이라는 것을 신생아 때부터 교육했다.
내 평생에 잠 못 자는 경험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잠자는 법을 모르는 아이를 키우며 나는 처음으로 잠을 반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