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공항 밖으로 나올 무렵 가장 처음 날 맞이해준 건 바람이었다. 그 다음 새파란 하늘이 보였고, 여행 중엔 드넓은 바다를 끼고 다녔다. 치안을 가장 걱정한 도시였지만, 로스앤젤레스나 포틀랜드보다 도서관의 입장객이 관리되는 분위기였다.
건물 외관
실내는 평면적인 외관과 달리 원통형으로 둥글게 이어진 로비와 햇빛이 드는 높다란 천장, 직선형으로 회전하며 상승하는 계단의 입체적인 구조다. 해안가의 등대 안에 책방을 꾸민다면 이런 느낌일까?
계단을 따라 오르면 열람실이 각 층마다 연결되어 있다. 열람실의 분위기는 깔끔하고 집중이 잘 되었는데 조명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 은빛 조개껍질이 가지런히 천장에 붙어있는듯 했고, 아이보리 톤의 불빛이 은은하게 블러링되어 퍼져나갔다. 앞자리와 마주보는 테이블의 간격이 넓진 않았지만 형광등으로 구분되어있어 부담이 되진 않았다. 의자는 바닥 가운데가 살짝 패인 매끈한 통목재로 면적이 넓었고 30분 이상 앉아있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어느 도서관을 가나 PC 테이블은 인기가 많은데, 이곳은 특히 독서보다 개인적인 업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열람실의 또 다른 포인트는 책장마다 전등이 장착되어 조명의 사각지대 없이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중심부의 유리벽은 실내에도 불구하고 답답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크기가 큰 책 선반엔 받침대가 마련되어 있어서서 바로 펼쳐보기 편했다. 책장이 붙은 테이블도 있었는데, 앉았을때 책으로 가려진 시선이 주변과 단절되는듯한 경험을 주면서도 답답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벽과 달리책들이 꽂힌벽은 그 세계의 공간이 펼쳐지면서 벽을 투과하는 느낌을 준다.
각 층의 가장자리엔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지원하는 인터내셔널 센터가 있다. African American Center, Chinese Center, Environmental Center, Gay&Lesbian Center 등. 성소수자 센터는 미국 공공도서관 최초로 지어졌다고 한다.
2층엔 어린이 전용 열람실이 있다. 초록색 벽에 아기자기한 책 표지들과 'Ready for your next read?' 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당장이라도 다음에 읽을 책을 뽑아두고 싶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 게이미피케이션이 가미된 흥미롭고 재치있는 벽보다.
열람실 한 편 스토리텔링룸에선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아이는 귀를 쫑긋 세우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캐릭터를 흉내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다른 도시의 도서관들과 비교했을때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도서관 꼭대기로 올라가다보면 소라 모양의 나선형 계단을 볼 수 있다. 바다 내음이 날 것 같은 모습.
이어 6층엔 History Center가 있다. 이곳에 입장할땐 소지품을 맡기고 명단 작성, 플레잉 카드(playing card)로 된 티켓을 받은 후 관람할 수 있다.
역사의 기록은 특유의 오래된 향으로 느껴진다. 할아버지 한 분이 두꺼운 책을 읽고 계셨다.
샌프란시스코 공립 도서관은 도시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적 특성과 풍경처럼, 단절과 개방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직원들은 과한 친절함 없이 적당한 온도를 유지했고 방문객들로 인한 불쾌함도 없었다. 도서관은 도시의 성격과 특색을 압축한 공간이자 시민의 얼굴과 같은 곳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