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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가뎅 Oct 27. 2024

[북트립] 뉴욕 공립 도서관

도서관 #5. 뉴욕

The New York Public Library

1895년에 설립된 뉴욕의 공립 도서관은 완벽한 관광 명소다. 도슨트 투어는 물론, 입장 시 긴 줄을 서 소지품 검사를 해야 들어올 수 있다. 열람실을 제외한 방문객의 대다수가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관광객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도서관 정문
소지품 검사를 하는 방문객들

도서관의 규모와 분위기는 정문 입구에서 사자 조각상을 올려다볼 때부터 얼마나 거대하고 장엄할지 가늠할 수 있다. 두 사자상의 이름은 각각 'Patience', 'Fortitude'인데, 대공황 시기에 시장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뉴욕 시민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라며 지었다고 한다.


Astor Hall.

메인 로비 애스터 홀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르네상스 양식의 아치형 천장과 밝은 대리석 계단, 고풍스러운 촛대가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와 영화 촬영 장소로도 자주 활용되는 곳이다.


도슨트 투어를 위해 115번 방에서 대기했다. 안내원에게 이름을 말하니 투어 중 붙이고 다닐 빨간색 스티커를 주었다. 예약은 매주 일요일 오전 12시에 해당 주 일주일치를 오픈하며, 하루 두 번(11시, 14시) 시간대별 선착순 20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하고 나선 모든 자리가 금방 매진되었었다. 내가 만난 가이드는 기품 있고 전문적이셨다.


Dewitt Wallace Periodical Room

드윗 월러스 정기간행물실이다. 클래식한 샹들리에와 벽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금빛 램프가 눈에 띈다. 200여 종의 최신 잡지와 국내외 신문이 소장되어 있는 곳인데, 이용자들은 주로 조용한 스터디룸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너무 조용해서 발자국 소리가 들릴까 조심했다. 예쁘고 집중이 잘될만한 인테리어이지만, 작은 소리도 잘 울려 퍼지는 이곳에서 노트북을 놓고 작업한다면 키보드를 마음 놓고 두드릴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간간이 투어 관람객들이 대거 들어와 사진을 찍고 나간다면 더욱 신경이 쓰일 테다. 하지만 한 번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독서와 공부를 해보고 싶다.


McGraw Rotunda

McGraw Rotunda

웅장한 계단을 감상하며 3층으로 올라가면 웅장함을 뛰어넘는 성스러운 공간, 맥그로 로툰다 원형 홀이 나온다. 천장엔 에드워드 라이닝(Edward Laning)이 그린 프레스코화가 보이는데,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주는 장면으로 불은 지식과 계몽을 상징한다. 지식의 고귀함이 느껴지는 이곳 천장 아래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지식 탐구의 에너지가 충전되는것 같았다.

벽면엔 인류 문명의 기록 발전을 보여주는 4개의 대형 벽화가 그려져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는 장면, 중세 수도사들의 필사 작업,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현대 출판 산업의 모습이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는 장면 & 중세 수도사들의 필사 작업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 현대 출판 산업의 모습


Edna Barnes Salomon Room

본래 갤러리로 설계되었으나 현재 공공 학습 공간으로 사용된다. 관람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지만 편하게 움직이고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중이 잘 되는 편은 아니었다.

Edna Barnes Salomon Room
벽면의 갤러리


Rose Main Reading Room

Rose Main Reading Room

도서관의 시그니처 대형 열람실 로즈 메인 리딩룸은 방문객일 경우 가이드와 동행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화려함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압도감은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차가운 열기가 감도는 열람실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면 많은 것이 느껴진다. 종이를 넘기고,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기 중에 공명하며 울려 퍼졌다. 대리석 바닥 위 목재 의자를 끌면 큰 소리가 날게 분명했다. 의자는 옆자리와 가깝게 붙어있고 앞사람과의 테이블 간격도 좁아 눈이 마주치면 뻘줌한 상황이 연출될것 같았다. 크게 움직이거나 이동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곳의 책들은 꺼내볼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층고는 높았지만 나에겐 답답한 공간이었다. 실제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떤 기분일까?


Bill Blass Public Catalog Room

로즈 메인 리딩룸 바로 옆에 있는 이 방 또한 독서와 특별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대형 열람실에 비하면 비교적 집중이 잘 될 것 같은 방이었다.

Bill Blass Public Catalog Room


Arthur Ross Gallery

갤러리 전용 공간으로 내가 방문했을 땐 셸리 부부의 문학적 업적과 개인적 삶을 조명하는'A Life in Motion' 전시가 열렸었다. 누군가의 작품, 편지, 여행 기록, 일기까지 사물로 들여다보는 기분이란. SNS가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넘겨보는 기분이라면, 실물은 진한 에스프레소를 머그잔으로 들이키는 느낌이다.

Arthur Ross Gallery


Gottesman Hall

도서관 1층의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한 전시 공간이다. 이곳은 투어 가이드 없이 방문했다.

Gottesman Hall


The Library Shop

북적이는 기념품샵.

The Library Shop



투어를 마치며. 관광객으로서 바라본 도서관과 이용객 입장에서 바라본 도서관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비록 뉴욕 시민으로 이용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있는 자유로움이 반갑게 느껴졌다. 도서관은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관광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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