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인생’ Soul 89, 그 이후

Soul 89 프로젝트를 마치며

by 라라가뎅

Kaiser Quartett - Open Strings

2024년이 변화의 시작이었다면, 2025년은 변화와 격동의 해다.

미국 여정을 마치고 약 한 달 남짓 남았던 2024년. 한국 생활에 적응을 좀 하려니 2025년이 되었다. 다시 말해 2024년엔 무작정 퇴사를 했고, 관심도 없던 SNS를 시작했고, 생전 처음 미국으로 떠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냈다. 이 모든 여정이 그저 막연했다.


2025년 1월, 꿈꾸던 공간을 그렸다. 해석하자면 공간 사업 제안서를 공모해 보았다. 문제의 해답을 찾고 주도적인 삶을 설계하는 생각의 공간이다. 기획을 구체화하고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공간 사업가 분들을 만났고, 예창패(예비창업패키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마감일까지 1달 정도 남았던 때다. 가능성이 흐릿하고 일정이 촉박해지자 사업의 형태와 콘텐츠를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혹자는 며칠 만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통과했다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왜 이러고 있는가? ‘사업’이라곤 나와 맞지 않다고 여겨왔을뿐더러 관심도 없었던 백수는 그 어느 때보다 물음표 속에서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시카고 Soul을 담아 온지가 엊그제인데, 어느덧 평범하기 그지없는 치열한 한국인이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환경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러다 2월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루틴이 망가지고 작업 효율은 극도로 떨어졌지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2~3월은 나를 견디는 시간이었다. 동아줄을 움켜쥐듯 자기 계발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스스로를 푸시하며 무리 속에서 활동했다. 대게 우울증이나 부정적 감정은 집착에서 비롯된다. 아이러니하다. 사람은 의미 있는 삶을 살길 원하고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느끼지만, 의미를 추구할수록 자칫 행복에서 멀어지기 쉽다. 자신에게 의미 있어 보이는 무언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행복도, 나아짐도 아닌 무의 상태로 수렴하는데, 이때 지구상의 먼지 한 톨로서 일종의 겸손과 또 다른 인생의 선택지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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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작년과 올해의 주변은 ‘급변’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좋은 환경을 찾자 좋은 사람들이 다가왔고 좋은 기회들도 주어졌다. 직장을 벗어나지 않고선 만나기 쉽지 않을 만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발전적인 시간을 보냈다. 꼰대가 되기는 싫지만 만약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묻는다면, 레버리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돈이 되었건, 능력이 되었건, 인간관계가 되었건 말이다. 나는 우선 인맥을 동원하여 환경을 레버리지 했다. 미국 여정이 성공적인 사례다. 또한 신용을 레버리지 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경력과 역량을 레버리지하고 있다. AI/개발 도구를 잘 다룬다면 시간을 레버리지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직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성공했음을 자부하지는 못한다. 얼마 전 지인에게서 ‘실패가 디폴트(Default)’라는 말을 들었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러 갈 것이다. 던져진 프로젝트가 아닌, 만들어나가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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