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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가뎅 Oct 27. 2024

에필로그

책이 있는 모든 곳


책이 있는 곳 1)

Jefferson Market Library

뉴욕 여행 중 우연히 또 하나의 공립 도서관을 발견했다. 제퍼슨 마켓 도서관(Jefferson Market Library)은 붉은 벽돌, 시계탑으로 유명한 뉴욕의 랜드마크였다. 법원을 개조한 고딕 양식 건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나선형 계단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잠시 들러보고 나갔는데 그저 관광객 입장에서 구경하는 도서관은 예쁜 사진만 남을 뿐이다. 실제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이용객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따로 있다.



책이 있는 곳 2)

시카고의 한 만화방이다. 해외여행 중 만화책을 보며 시간 때우기라니, 누군가는 혀를 찰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 여러 도시를 돌고 나서 시간 제약 없이 여유 있게 방문한 이곳은 그간 쌓인 긴장을 홀가분하게 풀어준 힐링 스팟이었다. 더불어, 타지의 만화방은 독특한 서브컬처 감성의 묘미를 자아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책이 있는 곳 3)

해외 서점을 구경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표지다. 한국과 다른 독특한 정서의 디자인, 동일한 책도 다르게 디자인된 표지들을 보면 하나의 전시회를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 서적 진열대와 조명, 홍보용 인쇄물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책이 있는 곳 4)

타인의 책방. 미국 여행 중 머무르고 있는 사촌의 집에서 추천받은 책들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볼 때와 달리,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 - 또는 바닥에 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지적 여정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 든다. 타인의 책이 나에게 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책이 있는 모든 곳은 일상적 예술의 공간이다.

여행지의 공립 도서관, 서점, 만화방, 그리고 타인의 책장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흩어진 여정의 기억을 품듯이, 우리는 그 공간들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빚어낸다. 미국 6개 도시의 도서관과 서점을 방문하며 나만의 기준으로 세심하게 공간을 맛보았던 이유는, 단순한 건물로서가 아닌 그곳에 스며든 사람들의 흔적과 서사, 에너지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자극이 새로운 영감이 되어 학문을 폭넓게 확장시킨다.


끝으로, 책이 있는 여러 도시를 일정의 차질 없이 무사히 구경할 수 있도록 해준 날씨와 교통, 시애틀 공립 도서관의 Jeff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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