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소설] 백한 번째 사람들-7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by 파란 벽돌

6개월 전에 이 집을 떠났다. 건강 검진에서 갑자기 단백뇨가 검출된 것은 그보다 10년 전이었다. 오줌에 정상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단백질이 섞여 나온단 말이었다. 그러려면 콩팥이 많이 망가져 있어야 하는데 피검사에서도, 초음파 검사에서도, 심지어 조직 검사에서도 그런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유명한 의사들도 왜 단백뇨가 나오는지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내 돈을 수백만 원 가져가고, 내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콩팥 조각을 떼어간 자들이 할 대답은 아니었다. 의사가 아닌 나도 그깟 모르겠다는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그 증상을 그대로 지켜보자고 하였다.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에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았듯, 그 뭔지도 모를 병을 그저 지켜만 보는 것에도 의사들은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유능하고 자신감에 찬 그들은 너무나도 뻔뻔해서, 오히려 그들에게 아무런 치료도 하지 못하게 만든 내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10년을 지켜보다가 결국 탈이 났다. 섞여 나오는 단백질 때문에 양이 많던 오줌량이, 찔끔찔끔 나올 정도로 줄어들었다. 오줌 색깔은 커피색으로 짙어졌다. 마치 몸 안의 모든 색소가 오줌에 섞여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얼굴색이 덩달아 검어졌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픈데, 피부는 거꾸로 근질거렸다. 피가 나도록 긁어도 가려울 정도였다. 정신도 오락가락했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내일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밤에도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다른 방을 쓰던 아내가 놀라서 달려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나쁜 꿈을 꾼 것 같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내 얼굴, 내 피부, 내 땀을 본 아내는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아들 녀석에게 전화했다. 각방을 쓴 지 30년, 이혼까지 생각하며 소원했던 아내, 결혼하여 무엇하나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하루에 나누는 대화가 열 마디가 될까 말까 한 그 아내가 나를 보고 울먹였다. 순간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왜 나 때문에 울지? 나를 그렇게 미워했던 당신이? 나 때문에 그토록 고생했던 당신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알 수 없는 내가 그 대답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전화기 건너편으로 아들 녀석의 덜 깬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찬찬히 얘기해 보세요, 어머니. 아버지 증상이 어떻다고요? 지금 뭐가 이상한데요?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인가요?”

아내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하여간 이상해. 며칠 전부터 어디가 아픈지, 밥맛없다고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끙끙 앓다가, 좀 아까 새벽 2시쯤에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어. 그 소리에 나도 깰 정도였다니까.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못 하고 횡설수설이야. 꿈을 꾸다가 다리에 쥐가 났다는데 한밤에 그게 가능한 일이야? 네 아버지가 아무래도 이상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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