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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호텔 in 동해시

by 글로

속초,강릉,고성,동해


모두 강릉을 중심으로 30분 내에 가 닿을 수 있는 거리의 도시다. 속초는 4년 거주한 경험이 있고 자주 가서 올해는 강릉을 필두로 고성과 동해를 다녀왔다. 동해시는 처음이다. 남강릉에서 약 30분을 달리니 숙소가 나온다.


딸이 스테이폴리오(stayfolio)를 통해 예약했다. 동해시에 있는 ‘신비호텔’. 이름이 주는 느낌은 글쎄,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 ‘이상한 호텔 아니야?’ 신비라는 단어는 쉽게 붙일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데 어떻게 꾸며놓았길래 호텔명이 신비호텔일까? 이름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퀄리티 높고 개성 넘치는 호텔을 소개하는 스테이폴리오 사이트를 신뢰했다.


도착하니 우릴 반기는 건 명상음악과 모래, 그리고 열리지 않는 문이었다. ‘거봐, 내가 이래서 특이한 호텔을 안 좋아한다니까’ 이미 4시간을 달려온터라 몸은 지치고 빨리 쉬고 싶은데 방문이 열리지 않으니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딸은 침착하게 카톡으로 문의를 하더니 방법을 알아냈다고 하며 다시 시도했다. 1시간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비밀번호, QR을 문에 대니 스르륵 열린다.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진다. 처음으로 놀란 건 방 사이즈다. 일반호텔의 2배가 넘는 넓은 객실, 계단을 세 개 올라가면 있는 전통방식 침대, 넓은 창으로 보이는 하늘과 바다. 왼쪽으로는 멋진 바처럼 키친 공간, 창을 열고 맥주를 마시든 와인을 즐기든 무엇을 해도 좋을 공간이 만들어져있다.

그 뒤로는 해먹이 걸려져 있다. 방 안에 해먹이라니, 그리고 침대 앞에는 욕조. 어느 나라 여왕이 부럽지 않은 객실 구성이다. 감탄을 한참 하다 보니 밖으로 나가 얼른 바다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딸들은 먼저 밥을 먹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근처 식당을 검색해서 20분을 달려 한식 솥밥정식 전문점으로 갔다. 다소 멀지만 솥밥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얼른 차을 몰았다. 해물솥밥과 흑미솥밥, 육전을 시켰다.


‘담다’라는 식당은 가격에 비해 푸짐한 식탁을 차려낸다. 해물솥밥에는 해물이 한가득이다. 기본 찬도 모두 맛있고 코다리조림과 간장제육볶음도 나온다. 만족스럽다. 다음에도 또 올 거라며 다짐을 하며 식당을 나온다.



신비호텔 앞은 바다다. 알고 보니 망상해수욕장과 가깝다. 10분 정도 가면 그 유명한 망상해수욕장이 나온다. 우리가 머무른 곳은 '어달해수욕장'이다. 바다를 한번 훑어보고 얼른 옷을 갈아입고 챙겨온 수경과 수영모를 쓴다. 멋을 부리며 썬글라스와 넓은 챙 모자를 쓰는 사람과 달리 나는 바다에서도 꼭 수경과 수영모를 쓴다. 연애하러 온 것이 아니고 바다를 즐기러 왔기 때문이다. 튜브 위에 올라 파도를 타러 온 것이 아니라 바다 수영을 하러 왔다.


실내 수영장 아닌, 인피니티풀도 아닌 진짜 바다에서 수경을 쓰고 바다속을 바라보며 수영하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두 딸은 바다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강릉에서는 발을 담궜고 고성에서는 무릎까지 들어갔었다. 그때는 해수욕 시즌이 아니었다. 지금은 바캉스가 무르익는 시간이다. 이때 안 들어가면 언제 들어가겠는가?


딸들을 내 맘대로 물에 빠뜨렸다가는 큰일 난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영 못마땅했지만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 나라도 실컷 즐기자’. 혼자 바다에 들어갔다. 어달해수욕장은 비치파라솔이 많이 펼쳐져 있는 걸 보아서는 손님들이 꽤 오는 모양인데 내가 들어갔을 때는 약 10여명 정도가 바다 속에 있었다. 물에 풍덩, 바다에 몸을 맡기는 느낌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감질나게 발만 담그거나 무릎까지 찰랑 찰랑 걷다가 온몸을 바다에 빠트리니 세상이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물 속 체험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어서 그런가? 몸이 편안해지고 이완되는 느낌이다. 이제 더 볼 것도 없다. 전진이다. 물에 온몸을 내맡기고 자유형으로 가 본다. 물 밑 깊이가 가늠 되지 않아 긴 거리를 걸어보았다. 바닥이 부드러운 모래로만 이루어져 있어 걷기도, 수영하기도 좋았다. 중간 중간 해초더미가 있어 그것만 잘 피하면 된다.



자유형을 하다 배영을 했다. 배영은 어디서나 압권이다. 편안하고 자유롭다. 얼굴이 물 밖에 있으니 부담스럽지 않고 격렬히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물장구만 살살 치며 하늘을 본다. 이 순간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완전한 행복을 느낀다. 비행운도 보고 다양한 구름이 펼쳐진 하늘을 보며 ‘아, 바다가 주는 안온함과 자유로움이 이런 거구나’ 느껴본다. 혼자 걸었다가 자유형도 하다가 배영으로 하늘도 본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체험이 강렬하니 꽤 길게 느껴졌다. 삑, 삑!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다 나오라고 한다. 알고 보니 6시가 되면 바다에서 모두 나와야 한다. 들어간 시간이 5시 반 정도 되니 30분가량 수영한 셈이다. 다른 한 남자는 여자친구와 5분 전에 들어왔다고 불평을 하며 물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잦아들어 타지도 않고 물도 차갑지 않아 놀기 좋은 시간에 철수하라고 하니 화가 났나보다. 들어가길 잘했다. 30분이라도 수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지고 내일도 수영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들과 각자 음료를 골라 객실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멀리 파도 소리가 들리고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니 멀리 지중해라도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도 오전부터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해놓고 바다수영을 즐겼다. 물속을 들여다보며 수영을 하는 색다른 느낌과 기분이 오래 남을 듯 하다. 신비호텔은 이름에 걸맞게 우리에게 신비로운 바다와 하늘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완벽한 호텔이었다. 숙소를 잘 고르면 그 주변에 즐길거리가 많아 어디를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팁을 얻었다. 좋은 숙소는 아무 곳에나 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에 바다수영은 필수다. 몇 십년만에 해보는 바다 수영. 충만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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