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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l 21. 2024

프롤로그

은유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말한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삶이다. 뭐라도 있는 양 살지만 삶의 실체는 보잘 것 없고 시시하다.’   

   

  이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을 함께 할 남편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안 맞는 구석이 있지만 여태 살아 낸 걸 보면 앞으로도 크게 문제가 없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을 해본다. 남편을 바꾸는 건 꽤 복잡한 일이라 환경을 가끔 바꿔보기로 한다. 그래서 여행을 간다.      


  해외에서 제일 떠오른 음식은 김치다. 밥에 김치만 있으면 속 울렁거림을 잠재울 수 있다.  김치는 숙성시킬수록 맛이 있다. 발효과정을 거쳐야한다. 남편과 만나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일을 겪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울고 웃고 때론 밤에 응급실로 뛰어가기도 했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하는 아이를 응원하며 사진을 찍고, 무용하는 모습을 보며 울었던 모든 순간들을 부부는 공유한다. 


  작은 상이라도 받아오면 노벨상이라도 타온 듯 온 마음으로 축하해준다.  아이가 울면 우리는 몇 배로 마음이 아프다. 험난한 지뢰밭을 손잡고 함께 걸어간다. 이러니 어찌 둘의 관계가 발효되지 않을 수 있을까? 긴 인생길, 남편은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었다. 밉다는 말은 애정과 미움이 묘하게 섞여 발효된 감정의 표현일 것이다.    

  

  멀리가거나 사치스러운 여행이 아니라도 요즘은 볼거리, 갈 곳이 차고 넘친다. 나이 든 부부 둘이 가서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쓸데없다. 풍경이 알아서 다하고 맛집도 거든다.  떠나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굴러간다. 계획 없이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면 옛날 추억도 생각나고 젊었을 때 배우자의 모습도 보인다. 여자를 보호한답시고 하는 행동들도 나오고 여자들은 남편한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오랜만에(?) 꾸미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거칠고 메마른 세상이라고 탓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미운 남편을 데리고 어디든 떠나보시라. 나 아니면 죽겠다던 젊은 시절의 남편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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