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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Oct 11. 2024

남편이 예쁘다고 한다

점점 남편이 소중해진다. 완전한 중년을 살아가기 위해 인간관계 관리는 필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한다.  

   

부부생활 26년차, 남편과 나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 만큼 다르다. 혀라도 빼줄 듯 살갑다가도 싸울 땐 악랄한 적이 된다. ‘이 사람과 도저히 못 살겠다가도 이 사람 없이 어떻게 살지?’ 싶다. 3개월 만에 결혼하고 다음 해에 아이를 가진 우리 부부. 신혼생활은 없었다. 아이 키우랴 맞벌이 하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50대 중반인 지금 알콩달콩하고  평안함과 기분 좋은 설렘이 있다. 함께 여행을 가면 천국같이 편안하고 즐겁다.      


변하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남편은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알짬 없는 싱거운 말이라고 넘기다가도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웃게 된다. 신기한 건 그 말이 믿어지지 않지만 묘한 효과는 있다는 거다. 나는 내 얼굴에 만족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쌍꺼풀도 없고 볼살도 많다. 비율도 좋은 편이 아니고 두상도 크다.      


남편은 머리가 크다는 표현 대신 ‘얼굴이 길다’고 표현한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 몸무게가 늘어, 누가 봐도 통통할 때 남편은 ‘살집 없는 여자 난 싫어, 딱 보기 좋아’라고 얘기했다. 나이 들어 소화력이 떨어져 밀가루 음식을 입에 안 대니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었다. 옛날 사진을 들춰보니 내 몸피가 푸짐하다. 그 때도 남편은 나에게 몸매에 대해 살을 빼라든가, 관리를 하라든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나에게 “예뻐”라는 말을 자주 하니 나도 모르게 거울을 보며 ‘내가 정말 예쁜가?’ 살펴보게 된다. 이렇게 세뇌가 이뤄지나보다. ‘그래 나를 예쁘다고 생각해버리지 뭐. 예쁘다는 건 주관적인 것이니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남편이 예쁘다는 데에야 남들이 뭐라든 난 예쁜거야’ 참 못말리고 웃기는 부부인지 몰라도 우리는 틈만 나면 ‘잘 생겨서 봐준다’라든가 ‘오늘 더 예뻐졌네’를 연발한다.    

  

나쁜 말 보다는 좋은 말을 주고 받으니 다행이다. 만약 못생겼다고 구박하는 남편을 만나 몇  십년을 살게 되면 그 아내의 얼굴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우주로 날아가 보자.   

  

행성만 천억 개가 있다는 은하계.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주는 광대하고 그 안에 수많은 행성과 별들이 있다. 인간이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이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가?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아있다는 지구에서 태어난 것은 확률계산도 되지 않는 기적이다. 

    

지구의 유일함을 생각하면 동시에 옆에 있는 한 사람, 남편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 많은 사람 중에 나와 만나 함께 세월을 보내는 남편, 예쁘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특별히 외모를 치장하지도 않고 얼굴에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도, 자기도 함께 늙고 있다며 나를 위로해주는 남편이다. 나이 들면서 옥석이 가려지듯 옆에 두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선명해진다.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친인척이 아닌 사람들 중에 누구를 만나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개인마다 기준이 다르리라. 모임이든 사람이든 만날 때마다 불쾌해진다면 관계를 끊고 싶으리라. 우리는 대부분 박애주의자는 아니다. 귀한 나의 시간을 굳이 마이너스 되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돈을 꾸어달라고 한다든지, 자신의 신세 한탄만 하며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마음에 불안과 걱정이 많아 행복해지기 어려운 현대인들이 우울한 사람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만나면 잘난 척만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자랑, 자식 자랑, 좋은 집과 차와 명품 등을 대놓고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에게서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같이 있으면 자신이 초라해져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면 만남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나이가 드니 점점 더 중심주제가 있거나 유쾌해지는 만남이 좋다. 고민도 유쾌한 한 번의 웃음으로 날아갈 수 있다. 한가지의 모티브로 만나는 것도 좋다. 종교모임이나 책 모임, 스포츠 모임이 좋은 이유다. 관심 주제가 같으니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주된 주제를 중심으로 생활의 소소한 얘기를 곁들일 수 있다.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은 활동의 즐거움을 알기에 우울한 사람이 없다. 만나면 즐겁고 소통이 잘되고 헤어질 때 아쉬움이 남는다. 작은 장점이라도 찾아서 서로 칭찬해주고 좋은 일은 나누며 축하해준다. 우울할 틈이 없다. 개중에 꼭 한 명씩 어려운 일을 쉽게 해석해 휘발시켜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 모임은 즐겁게 굴러가는 공처럼 행복한 곳으로 가서 골인하게 되어있다.      


주변에 긍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똑같은 몸매라도 어떤 거울은 뚱뚱해 보이게 하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것은 비율을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만남이, 또 삶이 즐겁다. 매일 보는 남편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유일한 사람, 남편이다. 부부끼리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소중히 다루자. 놓치면 깨질라 다칠새라 후후 불어가며 웃어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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