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단호박 집에 사는 아이들
귀여운 아이들이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잠옷을 입고 깊이 잠들었다.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은 여러 면에서 사랑스럽다.
육아를 경험해 봤다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여러 면에서.... 사랑스럽다는 말의 뜻을.
아이들과 함께 세상 편한 자세로 잠에 곯아떨어진 고양이의 모습도 아이들 못지않게 사랑스럽다.
역시나 여러 가지 면에서...
한창때의 꼬맹이들답게 얌전한 자세로 잠을 자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 아이들은 방금 전까지 온 집 안을 난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어쩌면 그 놀이를 꿈속에서도 이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엄마의 사르르 녹아드는 자장가 없이도 아빠의 토닥임 없이도 자신들의 애착 베개만을 의지한 채 잠들 수 있었다.
그림의 첫 스케치는 이러했다.
그냥 한 번에 슥슥 그린 듯 보이지만 꽤 오랜 시간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머릿속에 뿌옇게 자리한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첫 단계.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지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내 머릿속 어딘가에 그려진 그림은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잡힐 듯... 보일 듯... 여러 이미지가 마구 겹쳐져서 혼란스럽다.
나는 이 과정이 가장 어렵다. 맴맴 머릿속을 헤매는 이미지를 대강의 선으로 표현해 본다.
형태도 불분명한 덩어리들을 뚝뚝 하얀 화면 위에 무심히 떨어뜨려 놓는다.
이만큼 그려 놓았다면 잠시 쉬었다 가도 된다. 커다란 줄기는 잡아 놓은 것이기에.
이제 조금씩 천천히 구체화시켜보자.
얼굴, 몸통, 팔, 다리 각각 레이어를 달리해서 그려준다. 팔도 팔꿈치 윗부분, 아랫부분, 손, 이렇게 각각의 레이어를 구별해서 그리면 자세나 위치를 잡기가 수월하다. 여기까진 대강 그려도 된다. 아직까지는 덩어리 작업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공들여 그려야 하는 단계다. 시간이 꽤 걸린다. 섬세한 표현도 해주어야 한다.
각 부분별로 완성을 하는 셈이다. 윗옷 완성, 얼굴 완성, 손가락 완성 이렇게 말이다.
중간중간 자료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내가 그 많은 것을 다 경험해 본 것도 아니고 설사 경험한 것이라 해도 모두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기에 연관된 사진 등의 자료들을 많이 찾아본다. 그 속에서 힌트를 얻는다.
이를테면 특정 자세, 옷의 무늬나 색상, 헤어 스타일, 표정 등등.
아이들의 잠옷에 그려진 그림이나 애착 베개 역시 100% 나의 창작은 아니다. 내가 생각해 둔 분위기와 맞는 사진 자료들의 찾아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림에서 아이들의 잠옷과 애착 베개는 그림의 분위기를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라서 생각이 많았다.
침대는 철제 침대로 그려야지! 숲 속에 사는 아이들이니까.
초록색으로 발랄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주고
곡선을 넣어 동화 속 느낌을 더하고 철재의 차가운 느낌은 덜어내야지.
아이들은 몽글몽글 꿈을 꾸고 있다.
숲으로 놀러 갔어. 밤이 되자 슬며시 구름이 걷혔어. 그리고 별 빛이 반짝였지.
P.S. 그림은 저의 네 번째 그림책의 한 장면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중간중간 작업 화면을 캡처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