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독립할 때가 되었구나
아이에게 엄마란 존재는 세상의 전부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아이는 객관적일 수 없기에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로 이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우리 엄마 최고!"
나의 이런 감정은 조금은 일찍 깨졌는데
아마 내가 여덟 살 그즈음 되었을 때인 거 같다.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분명 엄마에게 꾸중을 들었을 터이다.
우리 때는 부모님께 종종 맞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생소하겠지만.
아니다, 내 아이도 나에게 가끔 맞았구나. 주로 등짝. ㅎㅎ
하여튼 여덟 살의 나는 무척이나 억울했던가 보다.
마땅한 이유 없이 맞았다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집을 나와
담벼락 밑으로 가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두 손 모아 간절히 또 간절히 기도했다. (그때 나는 교회를 다녔다.)
"하나님, 제발 제 친엄마를 찾아주세요!"
그 뒤로도 여러 번 비슷한 상상을 했다.
'어딘가에 나의 친엄마가 살고 있을 거야. 아주 부자일 거야. 어쩌다 나를 잃어버렸을 거고 지금쯤 나를 애타게 찾고 있을 거야. 아! 엄마 보고 싶다.' 캄캄한 밤 가족이 모두 잠든 그 밤 내내 이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곤 했는데 상상의 끝은 꼭 이러했다.
꿈에 그리던 친엄마를 마침내 만나 기뻐한다. 그런데 맞은편에 지금껏 나를 키워 준 엄마, 아빠가 서 있다.
그분들이 눈물을 흘린다.
나도 그분들이 가여워서 눈물 흘린다.
어쩌지 나는... 나는...
여덟 살 꼬마는 당연히 "신데렐라", "백성공주", "헨젤과 그레텔" 이런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다.
부모님이 나쁜 분들이셨냐고? 아니다 그건 절대로 아니다.
다만 가난했기에 자식들의 필요를 채워주실 수는 없으셨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만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늘 결핍을 느껴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때때로 부모와 각을 세웠던 여덟 살의 꼬마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꾸렸다.
그리고, 엄마가 되었다. 늘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스러울 것 같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는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좋아했다.
엄마 없이는 절대 못 살 것처럼 좋아했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아주 가끔씩 아이에게 화가 났다.
아이도 아주 가끔씩 아주 가끔씩 엄마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필요를 다 채워줄 거라
다짐했는데 불가능했다.
나도 여덟 살의 나이를 살았고, 아이도 여덟 살의 나이를 살았지만 같은 여덟 살이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었고, 필요로 하는 것도 달랐다.
이해하려 노력은 하지만 공감할 수는 없는 시간들.
아이는 엄마의 말에 "아니야!"를 외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다.
갈등의 순간들이 쌓이고 쌓였다. 그때 알았다.
내 아이가 서서히 나로부터 독립하는 중이라는 것을.
이제 엄마의 말은 절대적일 수 없다.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어쩌면 그 무렵 나는 아이에게 마녀처럼 보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