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밝아질테니
종종 성냥팔이 소녀처럼 성냥을 긋는다.
원인 모를 불안이 스멀스멀 나를 휘감을 때,
스스로 감정의 늪에 갇히려 할 때,
희뿌연 내일이 불안해서 끝내 나를 자멸시키고 싶을 때
난 마법의 성냥개비를 긋는다.
동화 속 세상이 실현될 리 없지만
그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팽팽한 긴장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내게
한 숨 돌릴 여유를 준다.
동화는 내게 잠시 쉬어가는 쉼터이다.
오늘은 내가 그린 동화 속에 첨벙 빠져 볼 생각이다.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야지.
빗자루가 하나, 둘, 셋, 넷.
아이들의 첫 비행을 위해서 엄마와 아빠가 함께 나섰다.
안전이 최고!
우와~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숲이 보이고 호수가 보이고 집으로 가는 오솔길도 보인다.
사실 나는 높은 곳은 딱 질색이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출렁다리조차 사양한다. 어쩌다 그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순간이 왔을 땐, 으악~ 상상만 해도 출렁거리는 기다란 다리와 함께 내 속도 출렁거린다. 아찔해진다. 그러니 높은 하늘을 비행하는 짜릿함은 상상으로만. 상상으론 뭐든 가능하니까.
반짝이는 근사한 망토를 입을 거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을 탈 수 있는 펄럭거리는 망토를 입어야지.
그새를 못 참고 장난기를 발산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향해 질겁하는 엄마, 아빠.
다들 예상은 했겠지? 그러다 혼난다.
깜짝이야! 야옹아 꽉 잡아야지. 떨어진단 말이야.
그나저나 넌 언제 우릴 또 따라온 거야?
얘들아! 엄마 아빠를 보고 잘 따라 하렴. 에잇 우리도 잘할 수 있다고요.
아참! 구름도 그려야지.
뭉게뭉게 구름 위를 날아 어디로 갈까요?
어디로 가긴요. 조오기 조오기~ 보이지 않나요? 꽤 오랜 시간 날았는걸요.
이젠 집으로 가야죠.
저만치 보이는 초록색 호박이 보이죠?
우린 거기서 살아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다른 작가의 동화를 즐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은 내가 직접 그 세상을 그린다.
아직은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누구든 처음엔 다들 그럴 거니까.
내가 그린 동화에 실망하지 않으련다.
잘 그려지지 않아서 엎어지는 날도 많겠지만
그래도 멈추지는 않으려 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그리다 보면 내가 그린 동화를
좋아해 주는 이들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