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by 꿈쟁이

2021년은 유독 힘들었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럴 수 없는 부분 모두 다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방전된 상태. 그렇게 간신히 간신히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끝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시는 내가 했던 그 일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담 이제 무슨 일을 하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이 오십에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다. 뭘 하지? 가까운 지인들은 지금껏 일했는데 뭘 또 새로운 일을 하느냐 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녹록지 않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고, 무엇보다 지금 일하기를 멈춘다면 그건 마치 내게 남은 시간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의 남은 생이 10년 일지 20년 일지 아님 내일이 끝일지 모를 일이지만 그게 언제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분명 마지막 순간에 후회할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이모티콘"이라는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봤다. 유튜브도 보고, 잘 나가는 작가의 책도 한 권 사보았다. 사실 난 이모티콘을 따로 구입해서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 별로 관심도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다소 보수적이었고 내 생활이 그랬다. 농담보다는 진지함,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별 관심이 없었다. 한창 말줄임이 유행하던 당시에도 "그렇게 시간을 아껴서 어디에 쓸건대."라고 일축했다.

그런 내가 이모티콘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잘 팔린단다. 어떤 이는 잘 다니던 직장까지 때려치웠다고.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덤볐다. 좀 오래된 것이지만 아이패드도 있고 펜슬도 있고 프로크리에이터라는 앱도 있다. 모르면 배워가면서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덤볐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이모티콘 세트가 완성되었다.


처음 도전했던 카카오 이모티콘




아마 3주 좀 넘게 작업하지 않았을까? 그림도 처음이었고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제안하기까지 완료. 이제 결과만을 기다렸다. 승인보다는 거절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다. 승인이 되어야 그다음에 팔든지 말든지 할 텐데 이 문턱이 꽤나 높다고 했다. 매월 천 건 이상이 접수되고 잘 되어야 백여 건 승인이 된다고 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로 다른 극단의 감정에서 왔다 갔다 했다. 첫 번째, '잘 될 거야. 열심히 했으니까.' 두 번째는 '나만 열심히 한건 아니야, 다들 어렵다잖아. 게다가 난 처음이잖아. 분위기도 잘 모르고.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


짜잔~ 결과가 나왔다. 두근두근 이메일을 확인한 순간.

과연~~

역시나 탈락. 잘 안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은 머리로는 이미 받아들였다. 하지만 마음은 쿵~ 하고 주저앉는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참혹했다. 실패의 참담함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웠다. 마치 내가 그동안 뭐든 잘할 수 있는 것처럼 잘난 척하더니 퍽하고 고꾸라진 기분? 노력하면 이루어진다고 아이에게도 늘 말했는데 실패라니.... 쾌적하지 않은 뭔가 답답하고 끈적끈적한 찜찜한 기분은 며칠 동안 내내 지속되었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또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나는 여러모로 아직이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도전은 시작되었다.


승인 거절 된 이모티콘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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