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는 날씨
언제부터였을까?
매일매일 비가 온다.
지난주에도 비, 어제도 비.... 그리고, 오늘도
텁텁하고 무거운 바람이
막무가내로 퍼붓는 폭우에 지친 나뭇가지를 휘감아 안고 마구 흔들어댄다.
짙은 녹음으로 우거져야 할 나뭇잎들은 싱그러워지기를 포기했다.
양손으로 비틀어 짜면 뚝뚝 물방울을 떨굴 거 같은 힘겨운 푸르름이다.
나도 그렇다. 매일매일 두렵다.
모든 것을 쓸어갈 거야, 모든 것을 다 부수어 버릴 거야 비명 지르는 것 같은 빗물 소리가 진정 두렵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천둥번개 소리가 섬뜩하다.
베란다 창의 실리콘 마감에 문제가 생겼나 보다. 빗물이 뚝뚝 새어 들어온다.
이중창이라 거실로 스미지는 않았지만 매일 밤 뚝뚝 빗물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
너무 많은 상처를 남긴 8월의 폭우.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이 그립다. 눈 부시도록 파랗고 높은 하늘이 그립다.
밤이면 총총 별이 그립고, 여리여리한 초승달도, 휘영청 보름달도 그립다.
남은 8월은 예의 그 8월이기를...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 불고
한낮 쨍한 햇빛으로 포도가 맛있게 익어갈 수 있기를...
들판의 곡식들이 화려한 빛깔로 넘실댈 수 있기를...
고추밭의 고추가 빨강으로 옷을 갈아입고,
폭우에도 놓아버리지 않고 야물게 매달린 감나무의 감들이 크게 크게 여물 수 있기를....
폭우에 미뤄둔 풀벌레들의 목놓아 울어대는 짝짓기가 가능해지기를
간절히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