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투정 부리고 싶어
지독하게 똑같은 날들이다.
매일매일이 복사 붙여 넣기의 반복.
기계처럼 능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오늘도 헉헉거린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미루어 짐작해도 별 다르지 않다.
아찔하다. 이렇게 어찌어찌하다 하루가 저물겠구나.
루틴이 있는 일상은 어쩌면 투덜댈 것이 아니라
참 다행이네 하며 반겨야 하지만
때때로 숨 막히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맞다. 잠시 멈추어야 하는 때이다.
나와 거리를 두어야 하는 때.
커피를 만들자.
물을 팔팔 끓이고,
분쇄기에 원두를 갈아야겠지.
좀 거칠게 갈아도 좋아.
드리퍼에 커피를 옮겨 담고
따끈한 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릴 거야.
커피 가루가 수분을 충분히 머금을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해.
기다리면서 창 밖의 하늘을 보자.
분명 어제와는 조금은 달라졌을 나무들도 자세히 살펴보자.
거 봐! 아니잖아.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아니잖아.
대기의 열감도 다르잖아.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차갑네.
어라! 산수유나무에 알알이 맺힌 열매가 보이네.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보이네.
감나무 잎 사이도 잘 살펴봐.
돌멩이만 한 감이 보이지?
그래. 며칠 전엔 아니었는데 오늘은 분명 쌀쌀한 가을이야.
그래서일까? 하늘도 높아졌네.
아차! 커피에 물을 부어야 하는데 깜빡했네.
괜찮아. 서둘 거 없어. 천천히 물을 붓자.
또르륵 또르륵.
소리에 맞춰 커피 향도 가득 퍼진다.
다 되었어. 좋아하는 컵에 커피를 가득 붓고
이젠 앉아 봐.
다른 일 하지 말고 일단 앉아 봐.
그리고,
오늘은 그냥 커피만 마시자.
일은 쬐금만 미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