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의 마법사에게 가실래요?

무엇을 소원하나요?

by 꿈쟁이
상상은 현재 비루한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의 약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다른 종과의 구별된 능력은 상상력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종교를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기업을 만드는 등의 원천이 되는 힘이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나의 고양이 아라는 작은 장난감을 보고도 꽤나 진지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굉장한 사냥감을 만나기라도 한 듯 몸과 꼬리를 바짝 낮추고 털을 곧추 세운 채 살금살금 다가가 조심조심 톡톡 솜방망이를 날려도 보고 재빨리 구석에 숨었다가 다시 장난감에 돌진하기를 반복한다. 이는 고양이의 지능이 꽤 높음을 보여주는 예란다.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것처럼 장난감을 살아있는 사냥감인양 쫓아다닌다. 집에 사는 고양이는 이렇게 하루에 몇 번씩 상상을 하며 그의 사냥 본능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

인간의 구별된 능력이 상상력이라 한다면 그 상상력은 우리의 본능이 아닐까?

그래서 수시로 그 본능을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감정이 아주 건조한 상태에 놓이면 상상력은 제로가 된다. 꿈과 희망 가득한 상상 어쩌고저쩌고는 고사하고 상대방의 슬픔에 공감해줄 정도의 상상력조차 흙먼지 풀풀 나는 바닥을 드러낸다. 그 상황에선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이미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이곳저곳 아파오기 시작하겠지. 만일에 당신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일단 멈추어야 한다. 무조건 일단 멈춤. 지금 전진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순간이 올 테니까... 그렇게 멈추었다면 어디든 벌렁 드러누워 보자. 하늘이 보이는 곳이면 더 좋겠지. 파란 하늘도 좋고 뭉게뭉게 구름이 일렁이는 하늘도 좋고 잿빛 하늘도 상관없을 거야. 그러다 시선을 돌리면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작은 먼지가 빛에 반사되어 방울방울 보석처럼 반짝이며 아련해지겠지. 어디론가 뽕뽕 사라지는 오색 찬란한 빛들을 따라가고픈 마음 가득해지면 건조한 마음에 조금씩 수분이 공급되는 거야.


나의 상상은 그렇게 시작되곤 한다. 그렇게 상상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보고픈데 그게 쉽지 않네.

그래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의 힘을 빌어보기로 했다. '라이언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의 힘을 빌어보자.

_ozcat_color_brunch.jpg OZ의 마법사의 한 장면

매일매일 일에 찌들어 지친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함께 사는 도로시에겐 도통 웃을만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웃음을 잃은 지 이미 오래였고, 그나마 도로시에게 웃음을 주는 유일한 존재는 강아지 토토 뿐이었다 . 어느 날 갑작스레 닥친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도로시는 의도하지 않았던 모험을 떠나게 된다. 강아지 토토와 함께. 집 전체를 날려버린 거대한 회오리바람이었다. 집과 함께 도로시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땅 위에 안착했다 싶어 문을 열고 나선 순간 도로시는 먼치킨들과 북쪽 마녀의 환영과 감사 인사를 받는다. 도로시가 악명 높은 동쪽 마녀를 물리친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집에 깔린 마녀의 다리와 구두를 볼 수 있다. 도로시는 먼치킨의 나라에 도착한 것이다. 꽃과 나무 가득한 아름다운 나라였다. 모두들 도로시를 환영했다. 하지만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집과 함께 날아왔지만 물리적인 집이 아닌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살고 있는 캔자스로 가고픈 것이다. 그 방법을 도로시는 그들에게 묻고 있다. 그들은 그건 어쩌면 오즈의 마법사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에게 가려면 반드시 노란 벽돌 길 만을 따라 걸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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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사부다의 입체북(팝업북) 오즈의 마법사

그림의 전부가 나의 아이디어는 아니다. 로버트 사부다의 입체북 시리즈는 환상 그 자체이다. 책을 펼치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다.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가 만든 책의 한 페이지를 그렸다. 이 그림을 그릴 때 처음부터 디지털 드로잉을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엔 연필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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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릴 무렵 나는 연필로 그리는 것을 즐겨했다. 그래서 이 그림 역시 연필로 그리기를 원했다. 그다음에 좀 더 재미있는 작업을 해봐야지 하고는 그림을 스캔했고 포토샵을 이용하여 다시 그림을 그렸다.

스캔한 그림은 밑그림 정도의 역할만 했을 뿐 포토샵의 브러시를 사용해서 전부를 다시 그렸다.


이 모든 상황을 고양이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나의 고양이 아라가 모델이다.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고양이의 시선은 나의 시선이라 할 수 있겠다.


도로시는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오즈로 향할 것이다. 가는 길에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를 만나 그들과 동맹을 맺게 될 것이다. 허수아비는 머릿속에 지푸라기로 가득 차서 생각할 뇌가 없다며 지혜를 오즈에게 구하겠다 했고 양철 나무꾼은 심장이 없어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다 했다. 사자는 자신에게 용기가 없음을 호소했다. 정말 그럴까? 역설적이게도 뇌가 없는 허수아비는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모두를 구할 가장 좋은 생각을 해내곤 했다. 또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은 툭하면 눈물을 흘려 자신을 녹슬게 만들고, 혹여 실수로라도 자신의 양철 몸뚱이가 작은 벌레를 밟아 죽이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겁쟁이 사자는 겁이 너무너무 많아서 무서운 동물이 나타나면 쩌렁쩌렁 가장 큰 소리로 으르렁거려 그 무서운 동물 모두를 쫓아버렸다. 사실은 모두가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각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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