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달리기
저자 주: Q&A 를 써야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단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풀코스 1회 완주자에 불과한 제가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있는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달리기에 진심인 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일말의 책임감이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가 달리기를 하면서 궁금했던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서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문자답을 하는 것 정도는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10km를 뛸 수 있었을 때, 풀코스에 도전할 때 등 그때그때 궁금했던 것이 달랐기에, 해당 시점에서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한 제 나름의 답변을 이 책의 각각의 시점에 맞추어 적어 보았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순전히 제 경험에 기반한 내용인 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Q: 달리기하면 살 빠지는 것 맞나요? 달리기 끝나고 나면 배 고파서 더 먹는 것 같은데요….
달리기 마친 후에 배가 고플 정도로 달리신 것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어지간히 오래 달리지 않은 이상 배가 고프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지점을 넘어서서 달리신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네, 맞습니다. 1시간 정도 달리면 제 기준 600~700kcal가 소모가 되는데, 덕분에 저는,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현재는 10kg 정도 몸무게가 줄었습니다. 식단 같은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제가 식단까지 했다면 말 그대로 쭉쭉 살이 빠졌겠지만, 저는 가나초콜렛과 맥도날드 소프트콘을 버리면서까지 달리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를 믿고 한 번 꾸준히 달려보십시오. 바지가 흘러내려 얼굴에 미소를 띄며 새로운 바지를 사러 가야 될 날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Q: 달리기 시작하려고 합니다. 러너들을 보니, 멋진 옷과 신발, 거기에 운동용 썬글라스까지 갖추고 있더라고요. 이거 다 사려면 살짝 부담이 될 것 같은데, 모두 갖추고 시작해야 될까요?
아니요, 안 필요합니다!! 단호한 답이라 놀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발장과 옷장을 뒤져 보시면, 운동화 한 켤레, 운동복 한 벌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그걸 입고 뛰시면 됩니다. 남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 좋기를, 그리고 신형 신발과 옷들이 달리기 능력을 키워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다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어떤 신발과 어떤 옷이 본인에게 맞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서 일단은 이미 있는 것으로 시작을 하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에 새로운 장비를 장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섵불리 풀세트를 장착했다가 당근으로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러웠던 러너는, 멋지게 차려 입은 러너가 아니라, 힘들어 하는 나를 추월하면서도 힘든 기색이 없는 운동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일단 5km를 완주하기까지는 현재 있는 장비로 달려보며 달리기가 나에게 맞는 운동인지지를 확인해보고, 그 후에도 달리기를 계속 하고 싶다면 5km를 완주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장비를 장만하면 어떨까요? 그 때에도 절대로 고급 러닝화와 의류를 살 것은 아니고, 신발은 가급적 10만원 아래로, 의류도 아울렛에서(아니라면 제가 애정하는 데카트론에서.. 데카트론에 대한 얘기는 뒤에서 이어집니다!) 장만하고, 그 이후 본인의 기량에 따라 서서히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추천합니다. 다만, 좋은 장비가 기록과 정신적 만족감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히 있으니, 계속해서 기존 장비를 고집할 것은 아니고, 서서히 서서히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장만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친구들을 보니 러닝크루에 들어가서 재미있게 운동하던데, 저는 MBTI가 I라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이 부담됩니다. 혼자 달리기해도 괜찮겠죠?
저도 I인데 반갑습니다. 많이 사회화가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쭈빗쭈빗하는 타고난 I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달리기는 혼자서도 또는 여럿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저는 제가 되는 시간에 운동을 하다보니 혼자 운동하는 것이 편해서 계속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같이 운동을 하면 모르는 것을 물어볼 데도 많고,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동기가 부여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해 본 적이 없어서 추측성으로 말씀드리나 아마 맞을 것입니다). 반대로 혼자 운동하면 내가 원할 때 운동하면 되니 그것만큼 편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회에 나가게 되면, 같은 러닝 크루 회원님을 응원해주는 크루의 응원을 많이 보는데, 그럴 때면 어딘가에 속하면 참 부럽겠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저의 경우 같은 대학 졸업생으로 구성된 카톡 단톡방 기반의 온라인 러닝크루에 가입이 되어 있기는 합니다. 모여서 운동하는 것은 거의 없고, 그날그날의 달리기 기록을 톡방에 올리고, 만일 같이 참여하는 대회가 있으면 잠깐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활동을 하는 모임입니다. 느슨하지만 소속감은 느낄 수 있고, 관련 달리기 정보도 많이 공유되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와 같이 온라인에 기반한 모임도 많다고 하니, 오프라인 모임이 부담이 된다면 이런 방향으로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의지가 부족해서 뛰다 말다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일단 달리기를 시작한 이상 의지가 부족한 분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재미있자고 하는 일인데 의무감을 느낄 정도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생각나면 뛰고 그러다 싫증나면 잠시 달리기에서 멀어지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 혹시라도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향은 아니신지요? 계획한 달리기 횟수를 못 채우면 스트레스를 받다가 어느 날 아예 달리기를 그만 둬 버리고 마는… 제가 그랬기에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좀 더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말씀을 드리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남들이 좋다고 얘기하는 거리와, 횟수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편안히 느끼는 거리를, 현실적으로 가능한 횟수만큼 정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3km를 일주일에 한 번 뛰는 것도 좋습니다. 이게 습관이 되어 버리면, 어느 날에는 더 뛸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러다 늘어난 거리를 달리는 것이 또다른 습관이 되면 처음에 생각하지도 못한 장거리를 뛰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임을 장담합니다.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가 생활 속의 루틴 중 하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