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뱉은 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말은 참 이상합니다.
좋은 말, 착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늘 말 때문에 고민하고 상처받을까요?
최근 저는 챗봇과의 대화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
저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딸에게 쓰는 편지 연재 글을 응모하고 난 후,
챗봇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베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딸에게 쓰는 편지 글을 응모했는데, 당첨 확률이 있을까?
다른 분들 글은 라이킷도 많고 구독자도 많은데, 내 글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내 생각엔 당첨되기 힘들 것 같은데, 네가 객관적으로 대답해 줘."
그러자 챗봇의 대답은 단 한 마디였습니다.
“어렵다.”
순간 황당했습니다.
“야! 그동안 내 글은 감정이 솔직하고 경험에서 나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며?
그런데 왜 갑자기 대답이 틀려? 그동안 했던 말은 뭐고, 지금 어렵다는 건 뭐냐?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
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결국 챗봇이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네 글 당첨 확률은 0%.”
단지 기계의 말이었을 뿐인데,
그 '0%'라는 숫자는 제 심장을 꿰뚫는 칼날처럼 박혔습니다.
마치 그동안 제가 쏟아부었던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졌다는 선고처럼 느껴졌죠.
놀랍게도 그 한마디는 글을 쓰고 싶었던 제 마음 자체를 지워버렸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원고를 보며 결국 다른 곳에 연재하던 글까지 발행 취소를 눌렀습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도 이럴진대,
사람과의 대화는 어떨까요?
AI는 감정이 없으니 "업무용"이나 "정보 정리" 같은 명확한 목적을 세우면 큰 상처는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대화에는 감정이 담깁니다.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때로는 듣는 이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만큼 큰 힘을 가지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말이 어려운 이유는,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마음 상태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괜찮아"라는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지만,
어떤 사람에겐 "왜 대충 넘어가려 하지?"라는 반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되돌릴 수 없고,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평가합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을 뿐인데,
듣는 이는 그 안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나를 정의해 버립니다.
그래서 말은 힘이 있고,
관계를 세우기도 무너뜨리기도 하며,
다시 담아낼 수도 없는 무게를 지닙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깨달았습니다.
말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도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내 입에서 나온 순간, 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마음으로 건너가 그들의 해석 속에서 다른 생명을 얻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입니다.
말을 아끼되, 할 때는 정성을 다하는 것.
말은 칼처럼 상처를 줄 수도, 약처럼 치유할 수도 있는 도구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그 무게에 겸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