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이야기
큰 녀석은 어미를 닮아 자존심만 셌다. 레벨 테스트 보고 학원에 들어가잔 말에 그러고 싶지는 않다며 버텼다. 친구도 없는데 게임도 못 한다던 아이의 투정에서, 친구가 아니라 게임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못마땅했다. 그렇다고 집에 혼자 남아 점심을 먹는 아이에게 TV와 게임기, 스마트폰을 모두 금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캠프라도 알아보지 그래?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출근을 하던 내 귀에 꽂힌 단비 같은 한 마디, 캠프라는 게 있었구나! 당장 검색을 시작했다. ‘초등 캠프’, ‘방학 캠프’, ‘어린이 캠프’ 몇 개의 키워드로 포털이 쏟아낸 결과물에 의하면, 캠프라는 게 종류도 목적도 참 다양했다. 영재학교나 상위권 학교의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습형 캠프부터, 영어, 과학, 코딩 등 특정 과목의 체험캠프까지, 참가비용도 헉! 소리 나게 비쌌다. 방학이니 말 그대로 학습은 좀 내려놓고, 스마트폰 없이 맘껏 뛰어 놀다 올 수 있는 곳은, 정말 없는 거야? 그렇게 첫발을 들인 곳이 한드미 마을이었다.
한드미야 여름이닷!
한드미 캠프를 택한 건 어디까지나 프로그램과 식단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물부터 고기까지 풍성하게 차려지는 칠첩반상와 매일 이어지는 놀이 프로그램, 무엇보다 입소식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는 반납이라고 했다. 오예! 잘 먹고, 잘 놀고, 게임 안 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구나! 게임을 못 한다는 말에도 망설임 없이 다녀오겠다고 한 큰아이, 그래 니가 진짜 심심하긴 했구나. 기분이 묘했다.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 마을. 아이와 캠핑으로 단양을 가본 적은 있었지만, 한드미 마을이 있는 가곡면은 방향은 처음이었다. 아이를 데려다주러 간 날, 내비게이션을 따라 마을 초입으로 들어서는데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와~~~ !! 어서 와!!! 반가워!!!!!!
아이의 이름을 명단에서 확인하며 반갑게 맞이하는 이들은 여름 캠프 보조 교사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학생 같은데 보조 교사라니, 알바생인가? 마냥 밝게 웃으며 맞아주는 이들의 환대에 낯선 마을에 대한 긴장감이 풀렸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직업상 중고딩들 관상은 좀 보는데, 한 마디로 이 아이들은 그냥 밝고 선했다. 보조 교사라는 이들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