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딸공 Sep 14. 2020

엄마, 나 유학 갈래, 유학 보내줘!

농촌유학 이야기


캠프에 간 아이는 일주일 동안 연락이 없었다. 입소식에서 휴대전화를 걷어가고 퇴소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의 소식은 등업을 해야 볼 수 있는 카페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진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5학년, 집에서 볼 땐 다 큰 것 같다가 밖에서 만나면 다시 애기 같은 나이. 아이의 소식이 궁금했다.      


폰 없이 괜찮았냐?      


캠프 마지막 날, 한드미 마을에서 만난 큰 녀석에게 처음 튀어나온 말이다. 남들처럼 나도 보고 싶었다던가, 사랑한다던가 하며 꼭 껴안아 줬음 참 좋았을 텐데, 씽긋 웃으며 멋쩍게 다가오는 녀석한테 뜬금없이 질문부터 나와버렸다.      


여기선 폰 생각 하나도 안 나던데?
근데 엄마, 저기 쟤네는 여기서 산대. 캠프 온 거 아니래.      
유학(留學) [명사] 외국에 머물면서 공부함.
유학(遊學) [명사] 타향에서 공부함.


미국이나 유럽으로 나가야만 유학은 아니었다. 시골에서 도시로 가야만 유학도 아니었다. 국어사전이 알려준 유학이란 단어의 뜻은 유학(留學)만 있는 게 아니라 유학(遊學)도 있었다. 그러니까 집을 떠나 농촌으로 가는 것도 유학이구나, 농촌유학이라는 것도 있구나.      



캠프가 끝나고 아이는 개학을 했다. 즐거웠던 추억을 안고 돌아왔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딱 혼나지 않을 정도의 공부를 하고, TV를 보고 게임을 하고 또 심심해 했다. 더 많은 친구가 학원으로 사라졌고, 더 많은 시간을 혼자서 놀았다. 초등학교 5학년은 선행을 달리는 마지노선이라 했다. 수학 교육이라면 자신이 있었지만, 내 아이의 문제는 또 달랐다. 고민하는 사이에 한 학기가 가버리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아이는 두 번째 캠프를 떠났다. 한드미야, 겨울이닷!           


- 엄마, 나 유학 갈래, 유학 보내줘!
- 한드미가 좋아?
- 응! 재미있어!
- 그럼 너 여기서 살아야 되는데?
- 응, 여기 친구도 많고 선생님들도 좋고, 밥도 엄청 맛있어!
- 너 여기선 게임도 못하고 휴대폰도 없어, 완전히 통신두절이라고!
- 알아! 근데 여기선 안 심심해. 하나도 안 필요해 그런거!      


큰 아이는 단양 소백산 자락, 한드미 마을로 유학을 떠났다. 6학년이 되었다.


한드미 마을로 유학가던 날. 이때만 해도 둘째까지 가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



이전 03화 삐딱함은, 상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