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이야기
대안학교인가요?
아이가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말하면 꼭 듣는 질문이다. 공립학교 교사면서 아이는 대안학교에 보낸 거예요? 하는 약간의 조소는 덤이다. 그러나 농촌유학은 대안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은 농촌의 기숙사나 농가에서 생활하며 인근의 공립학교를 다닌다. 우리 아이들이 있는 충북 단양 한드미 마을의 경우에도, 초등은 가곡초등학교 대곡 분교를, 중등은 소백산 중학교를 다닌다. 가곡초의 경우 행복씨앗학교(충북형 혁신학교)로 지정 운영 중이며, 소백산 중학교는 인근 중학교 3개를 통합하여 만들어진 기숙형 학교로 2017년 개교한 신설 학교다. 물론 둘 다 공립학교다.
그럼 학구 위반 아니에요? 위장전입인가?
이 또한 아니다. 아이들이 실제 시골에서 생활하니 주소지를 그 곳으로 옮겨두는 것뿐이다. 전입신고 후 주소지에 맞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니 학구 위반이 아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살고 있으니 위장전입 또한 아니다. 아이들은 마을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24시간 활동가 선생님들과 함께 지낸다.
농촌으로 유학을 보내기 전에 반드시 캠프를 거쳐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출근하던 그 방학에 열심히 검색해가며 찾아낸 여름 방학 캠프는, 실은 유학 전 적응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일주일간 집을 떠나 마을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이와 농촌유학이 잘 맞는지, 아이가 집을 떠날 준비는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 캠프기간 동안 마을에 흠뻑 빠져 바로 유학을 결정하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절대로 유학은 아닌 것 같다며 떠나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한편 나중에 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사실, 나처럼 유학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캠프가 좋아 보여 보낸 사람도 있긴 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니라서 좀 다행이었다.
농산어촌유학 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스물두 개의 농촌유학센터가 운영 중이다. 농촌유학이 시작된 지 벌써 14년 차, 한드미마을은 그 중 농촌유학 1세대 마을로 현재는 초등 14기, 중등 9기 아이들이 머무르고 있다. 유학은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매년 초에 신청을 받아 1년 생활을 함께하고, 1년 후에 귀가나 연장을 선택한다. 길게는 4~5년 이상 농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원하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기간이다.
캠프 후에 큰아이가 유학하겠다고 했을 때, 물론 고민했다. 너무 어린아이를 떼 놓는 건 아닌가, 집 떠나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시골에서 학원은 못 다닐 텐데 학교 공부만으로도 정말 괜찮을까, 이제 곧 6학년인데. 그러나 그 순간, 아이를 맞이하던 캠프의 보조 교사, 농촌유학으로 자란 아이들의 선한 미소를 떠올렸다. 후에 농촌 유학 출신 아이들을 몇명 더 만났는데 역시 한결같이 밝았다. 그 나이 특유의 삐딱함이 없었고, 편견 없는 미소가 선했다. 깊이 만나지 않고도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남들이 학원 다니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갈 때, 편의점 하나 없는 시골로 아이의 주소를 옮겼다. 5학년은 선행의 마지노선이라던 동네 언니들의 말이 알약처럼 목에 걸렸다. 굳이 다르게 키우고 싶었던 건 아닌데, 평범한 육아의 길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좋은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바르게 생각하고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면 족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선행은 좀 덜 땡겨도 괜찮지 않을까,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3월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