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이야기
한드미마을의 초등학생들은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에 다닌다. 2020년 현재, 가곡초 전체 학생 73명 중 본교 27명, 보발분교 10명, 대곡분교 36명이니 대곡분교는 본교보다 규모가 큰 셈이다. 대곡분교 아이들의 대다수는 물론 한드미마을 농촌유학생들이다. (또 다른 분교인 보발분교는 ‘산위의 마을 산촌유학센터’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초등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등교했다가 급식을 먹고 하교한다. 여느 초등학생의 일과와 다르지 않다. 텃밭을 일구고, 악기를 배우고, 운동을 하고, 자치 회의를 하는 모든 마을 활동은 하교 후부터 시작된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엔 자유롭게 쉬기도 하고 교육관에 가득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 밤, 반드시 일기를 쓴다.
한드미마을의 중학생들은 소백산 중학교에 다닌다. 소백산 중학교는 인근 세 개의 중학교를 통폐합하여 2017년 새로 지어진 기숙형 공립 중학교다. 한드미마을의 유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개교 4년 차의 신설 학교임에도 방과후학교 및 여러 교육 분야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이력이 화려하다.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학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 교사로서 또 학부모로서 바라본 소백산 중학교의 모습이다.
소백산 중학교는 기숙학교라 11교시까지 방과 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거나 프로그램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악기 연주나 자격증 취득 등의 특기 적성 프로그램과 교과 방과 후 수업은 농촌 지역 부족한 배움의 기회를 채우기에 충분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또, 매년 전교생에게 해외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이 역시 전면 취소되었지만, 시골 학생들에게 또래들과 함께 떠나는 해외문화체험의 기회는 더 없이 매력적인 혜택임이 분명하다.
밤늦게까지 방과 후 수업이 운영되다 보니, 중학생들의 공식적인 하교 시간은 밤 8시, 마을에 돌아오면 이미 깜깜한 밤이다. 숙소에 돌아온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바로 야식이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저녁을 먹지만 이른 저녁에 이미 출출한 시각,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에게 야식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번갈아 돌아가는 야식 당번 또한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야식을 먹고, 농구를 하기도 하고, 부족했던 공부를 더 하기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이들은 2주에 한 번씩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다. 단양에서 동서울, 동대구, 천안 등 여러 목적지로 표를 끊고 아이들을 태워 보내는 것도 활동가 선생님들의 몫이다. 부모들은 터미널이나 역으로 아이들을 마중 간다. 복귀할 때에는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 바뀐다. 아이들끼리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농촌유학을 시작하며 해본 도전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되어 부모들이 자차로 오가고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어진 시골 마을에 아이들이 불어넣는 생기는 마을의 활력소가 된다. 농촌유학센터는 때로 마을극장이 되기도 하면서 마을의 문화센터 역할도 한다. 도시아이의 부모들이 아이를 보러 드나들다 아예 귀촌하여 마을주민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파급효과가 큰 농촌유학의 장점을 살려 마을 살리기를 시도하는 지역도 여러 곳 있다. 마을이 아이들을 살리고 또 아이들이 마을을 살리는 셈이다.
- <농촌유학, 삶의 힘을 키우다> 중에서 -
농촌 지역에 지원되는 예산의 혜택을 내 아이가 받는 것이 옳은 일인가?
농촌유학을 시작하며 든 고민 중 하나였다. 농어촌 지역 학교는 도시 지역에 비해 학생 1인당 투입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아이들의 교육 활동과 방과 후 활동이 더 풍족하게 운영된다. 도시에 집이 있는 내 아이가 시골 학교의 혜택을 받는 것이 반칙처럼 느껴졌다. 이 아이에게 투입되는 예산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러나,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는 단양에서 자라면서 단양을 집처럼 여기게 되었다. 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 뒤에도 또 하나의 고향으로 단양을 기억할 것이다. 오늘 투입된 예산은 긴 시간을 돌아 단양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는다. 지난 시간 한드미를 거쳐 간 졸업생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아이를 유학 보내고 우리는 단양에 수없이 드나들었다. 아이들이 없다면 폐교되었을 대곡분교를 채운 것도 모두 유학생이다. 웃음소리가 끊어진 시골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마을과 아이들이 상생하는 것, 농촌 유학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대입에서 유리하다던데,,?
소백산 중학교를 졸업하고 단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도 있다. 고등학교 배정 기준이, 단양소재 중학교 졸업 예정자이기 때문에 아이의 주소지와 관계없이 소백산 중학교를 졸업하면 인문계열 일반고인 단양고에 진학할 수 있다. 여기서 자주 듣는 오해 한 가지가, 농어촌 특별전형에 대한 이야기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교육기회 격차를 감안하여 제공하는 대입 특별전형 혜택을, 시골 교육을 스스로 택한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다. 물론 우리 나라의 대입 전형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농어촌특별전형, 일명 농특은 둘 중 하나를 만족해야 가능하다. 첫째, 부모와 같이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면서 중 고등학교 총 6년을 이수한 경우, 둘째, 부모의 거주와 상관이 없이 농어촌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12년을 이수한 경우다. 즉, 농촌유학으로 시골을 찾아간 아이들이 농특 혜택을 받아 대학에 갈 일은, 전혀 없다는 소리다.
물론 농촌유학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을 리 없다. 좋은 점을 이제 잔뜩 나열했으니, 다음 글에서는 농촌유학을 보내고 걱정되는 이야기들을 써 보려고 한다.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