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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공 Sep 29. 2020

농촌 유학의 수확들

농촌유학 이야기



엄마! 엊그제 반달 봤어?

길을 걷다 말고 이름 모를 꽃을 따 쪽쪽 빨아 먹으며 아이가 묻는다. 달의 차오름을 달력이 아닌 하늘을 보고 안다. 길가의 꽃과 풀을 하나둘씩 알아간다. 발아래 땅과 머리 위 하늘에 오감을 열어두는 것, 농촌 유학의 가장 큰 수확이다.      

   

물은 아껴서 마셔야 해! 초반에 다 먹으면 올라가서 후회한다고!
정상에서 김밥 먹으니까 조금만 힘내!    
  

아이들은 매년 봄 소백산에 오른다. 출발 전 동생들에게 꿀팁을 전하는 형님들의 눈빛이 빛난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배우고 의지하며 정상에 오른다. 가족끼리 등산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배움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매년 가을 패러글라이딩을 한다. 혼자라면 도전하기 쉽지 않을 산 정상, 아이들은 망설임을 딛고 날아오른다. 물론 주저하며 물러서는 아이도 있다. 그럴 땐 그대로 기다려준다. 다그치지 않는다. 한 발씩 내딛는 발걸음에 용기를 담는다. 아이들의 옆에는 함께 날아오르는 친구들이 있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 농촌 유학의 두 번째 수확이다. 외동 아니면 둘이 대부분인 도시 아이들에게 또래와 형, 동생이 함께 지내는 경험은 또 하나의 교육이다. 제 동생에게 툴툴대다가도 남의 동생에게는 세상에 없을 친절함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의 동생을 챙겨가며, 같이 성장한다.



총 14명의 아이들이 4팀으로 나뉘어 가보고 싶은 여행지와 이유 등을 적고, 검색을 통해 주변 볼거리, 식사, 숙박 등을 세부적으로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전체 투표로 죄총 여행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발표와 토론을 통해 유력한 후보지가 세 군데로 좁혀졌다. 기대 이상으로 여행의 취지와 목적을 살린 여행 후보지를 보고 내심 놀라고 대견했다. (중략)

우리 농촌유학 학생들은 대부분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라 서로 다투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었다. 여행지를 둘러보는 방향, 음식 메뉴 등이 그 이유였다. 그때마다 교사들은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여행 분위기를 망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또 가끔은 지역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도 된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마지막 날 잘먹기 위해 비용을 아낀다며 맛있지만 싼 집을 잘도 찾아냈다. 덕분에 여행 경비가 많이 남아서 아이들과 의논한 끝에 태백에서 하루를 더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돌발적인 변수가 많은 DIY 여행에서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숙소는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 운전을 하는 선생님들을 대신해서 아이들이 각조 좋은 숙소를 검색해 직접 예약을 하고 안내했다.

-  농촌유학, 삶의 힘을 키우다(민들레), DIY여행 중에서 -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힘, 농촌 유학의 세 번째 수확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들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나간다. 자신들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하며,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자란다. 부모의 품을 떠난 아이들이 농촌 유학에서 훌쩍 자라는 이유다.     




이제 내 아이의 동네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다닌다. 몇 없던 남은 아이들마저 중학생이 되면서 과외와 학원을 시작했다. 영수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내가 아는 범위에선 내 아이뿐이다. 보름마다 아이를 만나며, 대견하고 한편으론 불안하다. 언젠가는 학원에 보내지 않은 걸 후회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다.      



특별하게 키우고픈 생각은 없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나는 매우 별난 엄마였다. 제 나이보다 몇 년씩 앞서 선행을 하는 게 유난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내가 실은 더 유난인 세상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다. 먼저 키워본 사람들의 말에도 어디에나 적용되는 법칙 같은 건 없었다. 누구나 추천하는 방식이 내 아이에게는 전혀 맞지 않고, 나에게 정말 괜찮아 보이는 무언가가 또 누군가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식이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관통하는 공통의 법칙을 세울 수 없다면 결국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최소한의 마음가짐 아닐까.      


아이를 믿는 것, 한 발 떨어진 곳에서 관심 어린 눈을 떼지 않는 것.      


나는 내 아이가 마음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꽤 괜찮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것뿐이다. 오늘도 행복한 아이의 눈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바로잡는다. 농촌유학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농촌유학 이야기를 마칩니다.


하늘에서. 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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