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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구함 Sep 01. 2022

육아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육아에 미치는 영향



생활비가 남질 않는다.



부부가 흥청망청 쓰는 타입도 아닌데, 심지어 둘이 같이 버는데 통장에 돈이 없다.

아 맞다. 애초에 내 월급이 작고 소중했었지. 아차차. 그리고 주식에 넣어서 반토막이 났지. 아이쿠. 코인에도 넣었다가 한 줌만 남았잖니.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하여튼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어요.


단골 마라탕 집의 배달비가 5천원을 향해 갈 무렵, 우리 부부는 마주 앉아 지출을 따져봤다.

다음은 아이를 키우면서 지출한 육아 비용 내역.  


다람이가 좋아하는 떡볶이, 우리가 좋아하는 마라탕

이마트 방문 - 다람이 장난감, 외식, 장보기

글램핑 여름휴가

스타필드 방문 - 다람이 옷, 외식

어린이 뮤지컬

롯데월드

키즈카페


총합계 지출: 1억 은 아니고 대략 120만원

 

이번 달에 유독 지출이 많긴 했다. 여름휴가로 글램핑을 다녀왔고, 할인권을 받아 뮤지컬을 봤고, 마지막 재택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서 롯데월드를 다녀왔다.

   

따져보면 모든 소비엔 그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심지어 화가 치밀어 올라 충동적으로 쓴 돈에도, 누구나 들으면 단번에 납득 가능한 시발비용이라는 변명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물가가 너무 올라버렸다. 몇 년 전 욜로를 외치던 사람들이 무지출 챌린지를 한단다. 당연하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육아에 드는 비용도 자연히 올랐다. 육아에 지친 부모를 위로해 주는 배달음식 가격도, 아이의 키즈카페 입장료도, 즐겨 찾는 동물원 입장료도 덩달아 올랐다.


우리가 외출을 한다는 건 곧 돈을 쓰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서 우리 부부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공공 놀이 기관들을 찾았다. 구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시에서 운영하는 체험관 등등...

 

사람들은 역시 똑똑했다. 그런 곳은 예약하기가 정말 정말 정말로 어려웠다. (또 나만 몰랐지) 그래도 앞으로는 그런 곳을 계속 찾아보고 이용할 생각이다. 공공에서 운영하니 나름 관리도 잘되고 가성비가 무엇보다 죽여주는 듯.


배달 음식도 줄이기로 했다. 한 달에 4~5번 정도는 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냉동실에서 벽돌이 되어버린 설날 갈비찜과 작년 추석 조기를 꺼내 먹었다. 맛은 덜했지만 부담도 덜했다. 

 

당분간 마트나 쇼핑몰도 안 갈 생각이다. 일단 가면 20만원은 기본이니까. 쇼핑몰을 한 달에 한 번은 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4개월에 한 번으로 줄여야겠다. (정말?)


어제는 인디언 텐트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다람이에게 빨래대를 펼쳐 놓고, 그 위에 이불을 얹어줬다. 다람이는 인디언 텐트를 가진 거나 다름없는 웃음을 보이며 하루 종일 그 안에서 인형놀이를 하고 놀았다. 아이가 느끼는 만족감은 쿠팡의 인디언 텐트나 빨래대나 동일해 보였다. 아니, 오히려 창의력에 더 도움이 될지도?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 뒤에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진즉 이렇게 했으면 좀 더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오은영 선생님은 아이에게 한계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자기조절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고, 체념하는 법, 스스로 진정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고. 오히려 명확한 기준과 한계 안에서 아이들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까지 다람이의 한계는 조금 넓거나 낮지 않았나 반성한다. 아이가 클수록 만족감을 느끼는 기준선이 점점 높아진다는 생각도 했는데, 분명히 육아비용과도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동안 육아에 지출하던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볼 생각이다. 아이에게도 무지출 챌린지는 필요하다.


다만 아이에게 지출할 사랑만은 무제한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무지출이 애초에 불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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