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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구함 Oct 30. 2022

진행자가 물었다. 뱀이 불타면?

정답을 아시면 손 번쩍! 




육아 무지출 챌린지를 진행 중인 나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대공원에 갔다. 

입장료 무료에다가 넓어서 맘껏 뛰어다닐 수도 있고 무엇보다 다람이는 동물들을 무척 좋아하니 그보다 좋은 장소가 없다. 


마침 어린이대공원에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간단한 퀴즈도 하고, 아이들이 신기해할 만한 퍼포먼스들도 무대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 진행자가 앞에 나와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고 경품을 나눠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난센스 퀴즈를 내고 정답을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 대답하고 맞추면 경품을 주는 막간 퀴즈쇼였다. 


호주에서 쓰는 돈은? 호주머니 

병아리가 먹는 약은? 삐약 


난센스 퀴즈인데도 어려웠다. 손을 들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조금 꺼려지기도 했다. 물론 그 정도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아니었으면 손을 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다가 진행자가 물었다. 

뱀이 불타면??? 


몇 초간 정적이 이어졌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내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정답.

뱀파이어. 

내 머릿속에 뱀파이어가 떠올랐지만 그때까지도 아무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빨리 맞춰야 한다. 얼른 정답을 외쳐야 한다. 다람이에게 사람들 앞에서 크게 외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자. 


정답!!!!!! 뱀파이어!!!!!!!!!!!!! 


몇 초간의 생각 정리를 끝내고 외쳤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뱀파이어를 떠올린 순간 바로 외쳤을 텐데 나는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을 했다. 어쩔 수 없는 내향인. 


네~ 뱀파이어~ 정답입니다~! 자 여기 선물드릴게요~! 


선물을 받아 당당하게 다람이에게 건넸다. 아빠의 용기도 함께 건네받았으면 했다. 언젠가 다람이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이상한 논리지만 내 머릿속에 나타나 준 뱀파이어에게도 고마웠다. 

다람이는 사람들 주목을 받아서 그랬는지 좋아하는 티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감정 표현도 가르쳐야 하는데.. 참 갈 길은 멀고 할 건 왜 이리 많은 걸까. 


난센스 퀴즈가 모두 끝난 다음에는 주최 측에서 준비한 가장 큰 경품을 두고 엄마 아빠 지원자들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등장한 뭔가 부피가 큰 경품. 


아.. 저거.... 내가 나가서 타면 다람이가 정말 좋아할 텐데.... 


생각만 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뭘 시키려나.. 춤을 시키면 어떡하지.. 

나가서 어색한 몸짓으로 망신만 당하고 내려오면 어쩌나 망설였고, 망설이는 사이 용기 있는 부모님들은 무대 위에 올랐다. 


10명의 대단한 부모님들. 나는 진심으로 그분들을 존경했다. 

무대 위의 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시합을 했다. 그야말로 그들의 온 정성과 힘을 다 쏟았다. 1등이 되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 자체가 교육이고 모범이었다. 나는 무대에 올랐어야 했다. 



이번에는 손을 들고 뱀파이어를 외친 데에 그쳤지만, 다음에 이런 기회를 만나면 꼭 무대에 올라야겠다. 

다음에는 부디 뱀파이어의 강철 심장으로 나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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