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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구함 Aug 13. 2022

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코로나

코로나가 아이들의 사회성에 미친 영향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다. 2년 넘게 코로나를 피해 다녔지만, 어차피 걸릴 일이었나 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에 걸린 주위 사람들의 후기를 들으니 심각하게 아팠던 사람도 있었고, 증상이 전혀 없었던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도 케바케 사바사인건지.


아무튼 대체로 주변의 아이들은 열이 오르고 며칠은 고생을 한 후기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무던히도 애를 썼다. 모두가 그랬겠지만, 우리 부부는 필요한 만남 외에는 극도로 자제했다. 새로운 사람은 물론이고, 우리가 함께 알고 있는 지인도, 심지어는 가까운 친척들과의 만남도 꺼렸다.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가족들만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


부부가 똑같이 내향형 인간이다 보니,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답답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원치 않은 만남을 피할 수 있는 마땅하고 정당한 핑곗거리가 생겨, 오히려 심적으로는 편했달까. 일상은 망가져도 대부분이 회사 업무 때문에 필요한 만남들이었고 나는 코로나가 반갑기도 했다. 어쨌든 사람들과의 만남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아이의 일상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망가졌다.

아이가 3살 무렵부터 코로나가 시작됐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3~5세 이때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가족들 외에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던 다람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회성을 기를 타이밍을 놓쳤다. 딸아이의 함구증 증상이 나타난 것도 코로나 탓이 어느 정도는 있다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부모의 성향과 안일함.


도전시켜야 돼요. 불편해해도 자꾸 사람들 만나게 해 줘야 돼요.



상담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을 만나서 불편해하고, 부모 품으로 숨는 아이를 감싸기 바빴던 기억들이 나를 붙잡고 다그치는 기분이었다.

봐라. 네가 아이를 감싸 안았던 행동의 결과가 뭔지.


어쨌든 코로나 확진자도 잦아드는 시점이었기에 우리는 가까운 친척부터, 딸아이와 함께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을 주말마다 찾아다녔다. 딸이 가깝게 느꼈던 사람들로부터 점차 만남의 범위와 빈도를 높여갔다.


그렇게 석 달이 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다 보니 안쓰러운 순간도 있었고, 속 터지는 순간도 있었고, 대견한 순간도 있었다. 어쨌거나 아이는 성장하고 있다 믿었다. 실제로 나아지는 모습도 보였고. 그래서 우리 부부는 다음 주말, 그다음 주말에는 또 누구를 만날지 늘 고민했다. 그렇게 사람 만나는 데에 집중하던 와중에 이번엔 코로나에 걸린 거다. (만났던 사람 중에 확진자는 없는 걸로 보니 어디 밖에서 걸렸나 싶다.)


아이는 열이 오르고 5일이 넘게 맥이 빠져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그렇게 기를 쓰고 거부하던 낮잠도 몇 시간이나 잤다. 안쓰러웠다.


코로나는 사회를 바꿔놓았다. 그런데 코로나는 내향인들은 바꾸지 못했다. 코로나는 내향인들에게, 불편한 만남을 피할 수 있는 쉽고 편한 핑곗거리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내향인들에게 지금은 외향적인 척 애쓸 필요가 없는 편한 시간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하지만 다 큰 성인들이야 이미 사회성 발달이 다 끝났으니 상관이 없다 쳐도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웃기도 하고, 또 투닥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상처받기도 해야 한다. 혼자만 살 수는 없는 게 사람이니, 누구든 만나서 연습해야 한다. 인사하는 법,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법, 함께 재밌게 노는 법, 제대로 다투는 법, 눈치는 어떻게 보는지 까지도.   

  

그래서 나는 간다. 사람들을 만나러 갈 거다. 다람이가 아직은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안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다. 그런데 그 순간은 가족들만의 시간에서는 절대로 찾아올 것 같지 않다. 가족들은 다람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해도 다 이해해주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나는 격리가 끝나고 일주일 뒤부터는 다람이와 함께 내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갈 거다. 코로나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마스크와 자가 키트는 열심히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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