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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구함 Jul 24. 2022

미혼 변호사 권모술수 권민우에게 배우는 육아 원칙  

어쩌면 권민우는 육아 고수일지도..



 

영우도 부모 돼 보면 알 거야.

자식의 좌절을 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 역시 그랬다.

놀이터에서 저보다 어린 아이에게까지 밀쳐지는 아이를 보며 괴로웠다.

그래서 대신 말해줬다. 밀면 안돼요~~ 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인데, 싫은 소리는 더더욱 못하는 아이이기에,

내가 대신 외쳐줬다. 내가 대신 화를 내줬다.


그것이 내 아이를 약하게 만드는 일인 줄도 모르고.

그것이 내 아이가 강해질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일인 줄도 모르고.


허용적인 양육 태도를 지닌 부모 밑에서 아이는 제대로 좌절하지 못한다.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었다. 아이가 울고 화내는 것이 겁났고, 상처받는 것을 보기 힘들었다.

그 결과 내 아이는 도전하지 못한 채로 5살이 되었다.


부모는 그래서 아이와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권민우는 말했다.


우광호 씨, 당신 딸 강자예요. 모르겠어요?

당신 딸이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그러니까 영우가 오롯이 좌절할 수 있도록 놔두세요.

어차피 일어나서 영우는 자신의 길을 갈 테니까요.

당신은 뒤에서 영우를 지켜봐 주면 됩니다.

 

권민우는 알고 있었다. 권민우의 말이 맞다.

우영우는 강자가 맞다.

우영우는,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생각보다 강하다.


우영우가 강자라는 걸, 오히려 아빠는 몰랐다.

아빠의 눈에 영우는 언제나 가엽고 안쓰러운 어린 딸이니까.


부모는 언젠가는 자녀를 떠나게 된다.

남겨진 자녀는 혼자서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그래서 오은영 선생님은 "육아는 자녀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라고 했던 거다.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좌절해야 한다면 저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른이잖아요.

아버지가 매번 이렇게 제 삶에 끼어들어서 좌절까지도 대신 막아주는 거 싫습니다. 하지 마세요.

(역시 영우는 강하다..)


언제까지고 부모가 자녀의 시련을 막아줄 수는 없다.

부모는 자녀의 좌절을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아무리 아파도 부모는 오롯이 혼자서 견뎌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부터 아이에게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다.

게임에서 일부러 이겨버리기도 하고, 말싸움도 걸어보고, 혼자서 할 줄 아는 일은 혼자 할 때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집안일도 시켰다. (개꿀)


몇 번을 좌절한 아이는 놀랍게도 더 강해졌다.

게임에서 진다고 울지 않게 되고, 아빠를 말싸움으로 이기기도 하고, 혼자서 해내는 일이 늘어났다.

자신 몫의 집안일을 하면서 오히려 자신감이 늘었다.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효능감'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나는 앞으로 자녀의 더 많은 좌절을 보게 될 거다.

그래도 나는 일으켜주지 않을 거다. 다만 뒤에서 혼자 아파할 뿐이다.

내 아이가 강하다는 걸, 일어나 툭툭 털고 더 강해질 거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권민우는 아마 좋은 아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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