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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구함 Jul 20. 2022

우영우 아버지에게 배우는 육아의 자세

자폐 아이를 변호사로 길러낸 우광호 씨의 육아 원칙


원래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몇 주 동안이나 내 흥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막상 한 회를 재밌게 봤다고 해도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그 드라마를 잊곤 했다.

그렇게 해서 마치지 못한 드라마들도 여럿이다.

그런 내가 채널을 한번도 돌리지 않고 2시간이 넘게 본 드라마가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였다.


그야말로 이상한 드라마였다.

딸을 가진 아빠로 산 지 어느덧 5년이 지나서일까. 익숙한 클리셰들이 이어져도 계속 보게 되는 내 눈에는 약간 눈물도 맺혔다.


우영우 때문에. 그리고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씨 때문에.



3회에서 우영우는 자폐가 있는 피고인의 사건을 맡게 된다. 자폐인이지만 자폐인과 대화는 어렵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인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자폐인과 대화하기 전문가, 본인의 아버지 우광호씨에게 자문을 구한다.


영우가 법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뭔가 좋아하는 게 있을거 아냐. 그걸 파고들어야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파고들어라. 아버지만의 방법이라기엔 너무 뻔한 거 아닙니까?


야 성적 잘 받으려면 공부해. 살빼려면 운동해.

대화 하려면, 노력해.

원래 방법은 뻔해. 해내는 게 어렵지.


근데, 디~~~~~~게 오래 걸려.



자폐 아이를 변호사로 길러낸 우광호 씨의 육아 원칙.


뻔한 방법을, 디게 오래 걸려도 해낸다.



그게 말이 쉽지. 뻔한 방법이 뭐가 됐든 아무리 해봐도, 영우는 오랜 시간 반응하지 않았을거다.


아빠가 레고를 밟고 아파 쓰러져도 영우는 레고 줄 맞추는 데에만 집중한다.

이이이잉 아빠 우네. 광호씨는 우는 척을 하다가,

아빠의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영우를 보고 진짜 울음이 터졌다.

영우는 그게 그렇게 재밌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레고를 바닥에 놓는 사람이 되려고 그래?


도저히 변하지 않는 영우를,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려도 한다. 노력을 한다. 영우와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법을 좋아하는 영우와 대화하기 위해 민법과 헌법, 형법을 공부했을거다.

그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조항을, 아예 그 문장들을 통째로 외웠을거다.

오로지 영우와 대화하기 위해서. 법이 아니면 듣지 않는 영우에게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그렇게 법을 공부한 아버지는 법을 활용해서 일상의 대화를 시도했을거다. 익숙해질 때까지.



동네 슈퍼에서 울고 떼 쓰고 있는 영우를 달래기 위해 달려 간 영우 아빠는 말한다.

영우야 일어나. 

하지만 여전히 울고 있는 영우.

우영우씨 이 행동은 인근 소란에 해당합니다. 당장 뚝하지 않으면 경범죄 및 오복슈퍼 업무 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

영우는 울음을 뚝 그친다.

영우야, 일어나. 우리 집에 가서 경범죄 처벌법 읽자.

이렇게 말이다.


도무지 법 빼고는 관심이 없는 영우의 귀를 계속 두드리고 두드리고 두드린다. 일상에 법을 녹여 내어 말을 건다.

오랜 시간을 두드렸을거다. 나를 바라보지 않는 딸 앞에서 몇 번이나 좌절했을거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영우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한거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말이다.



육아가 그렇다. 방법은 뻔하다.

키우는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뻔한 육아의 방법은 이거다.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어떤 방법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



우광호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방법을 찾을거다. 그리고 될 때까지 노력할거다.


어렵지만 결국 해낼거다.

이상한 변호사의 아버지 우광호처럼.




우영우 아빠가 서울 법대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쓴 글입니다. 그보다 우광호씨가 우영우에게 쏟은 노력에 좀 더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화까지 보고 쓴 글은 여기 

https://brunch.co.kr/@introvercom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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