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물려줄 글다발
아버지와 어색한 사이였던 딸.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저쪽 끝에서 덩치가 큰 남자가 오고 있더래요. 아버지였대요. 아버지를 본 순간 발이 얼어붙었대요.
그 순간 아빠~ 이러고 달려가야 될지, 아버지 다녀오셨습니까 해야 될지, 어째야 할지 몰랐던 거예요. 아버지가 싫진 않았지만 이 분과 아버지 사이에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부족해서 당황하고 긴장했던 거죠.
그런데 저쪽에서 걸어오던 덩치가 큰 아버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줍더래요. 그래서 딸이 뭐를 하시는 건지 쳐다봤대요. 그러다가 아버지가 허리를 세우더니 걸어오시더래요. 어느 순간 바로 앞에 딱 멈추시는 거예요.
아버지를 올려다봤는데,
아버지의 손에 들꽃 다발이 들려있던 거예요.
딸을 보고 아버지가 길에 있는 들꽃을 꺾은 거예요.
들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엉성하게 엮어서 윤지야 하며 꽃다발을 탁 안기더래요. 그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마음은 사라지고 눈물이 왈칵 나더래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안기면서 보고 싶었어요 했대요. 아버지가 자기를 꼭 안아주는데 아버지와 자기 사이에 퍼지던 들꽃 향기가 너무 좋았대요. 그리고 그 향기를 잊을 수가 없대요.
한 5분 남짓의 시간이었는데 자기가 우울할 때면 언제나 그 들꽃 향기가 떠올랐대요.
그 향기를 떠올리면, 그때 나는 너무 행복했는데 마음이 너무 따뜻했는데, 그런 날이 다시 오겠지 마음을 추스르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