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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새 Jul 26. 2020

자주 무너지는 나 그리고 우리

저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쓰진 않았습니다.

오늘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를 악물고 자존심이 바닥까지 깎여도 참아내리라 다짐한 나의 마음은 오늘 어두운 글을 쓸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평일과 주말의 경계선도 없는 나는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집 비밀번호를 두드렸다. 밀려있던 여섯개의 빈 맥주캔과 비어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동네방네 알리기라도 하고싶은듯 아랑곳 않고 냄새를 풍기는 작은 쓰레기 봉투를 치웠다. 이상하지. 고작 만원돈도 안하는 신발 한켤레를 살 땐 물밀듯 고민하면서 마시면 끝나는 맥주는 만원이 넘는 돈으로 매일같이 사재낀다는게. 우스운 나의 일상을 얼른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속이 시원하다고 느꼈고, 만원과 바꾼 퉁퉁 부은 다리가 조금이라도 쉬는게 못마땅하다느냥 악덕 사장님처럼 일을 시켰다. 배가고파서 라면물을 올리고 후다닥 샤워를 끝낸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린날의 나의 아버지는 식사시간이면 꼭 티비를 습관처럼 보셨는데, 난 컴퓨터 앞에 앉아 넷플릭스나 재미있는 유튜브를 두리번거린다. 일을 하루종일 하고 온 날이면 하루를 몽땅 날려버린 느낌이다. 2년제 대학을 나와서 제대로 된 학사 하나 없는 20대 중반의 내게 일하는 시간은 사치이다. 남들은 4년동안 하는 공부를 2년안에 끝마치느라 마지막 학기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학교다니기 일상. 학과 공부에 관심도 없던터라 커트라인에 간당간당했던 학생이고, 사적인 친분이 있었던 교수님은 면전에대고 내 남자친구에게 공부못하는 쟤랑은 헤어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따낸 나의 면허증은 지금 최저시급 언저리의 급여에 중소기업도 아닌지라 나라혜택의 사각지대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족쇄'가 되어있었다. 이러니 나의 직업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사랑하는 사람은 두가지 일 것이다. 1. 가족이 이 업의 사장님이거나 2. 장인정신이 있거나. 지금 세대에 이 직업으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특히나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는 도태되겠지. 이러니 나는 일하는 시간에 내 발전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누구를 위한 삶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나를위한? 나의 사장님을 위한? 내가 고객과 입씨름해서 낙찰한 금액은 사장님의 손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너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한거라는 사장님의 고리타분한 멘트에 그저 오늘 하루를 보내고만다. 내가 무서운 것은 내가 그런 어른이 될까봐이다. 본인의 시간은 하나하나 돈으로 생각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시간은 경험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고싶지 않다. 그래서 난 사실 떠돌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한시라도 앉아있는 꼴을 보지 못하는 사장님이라도 일단 입에 풀칠은 해야하니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시작해도 이 업계에서 나는 최장 1년 이상을 버티질 못했다. 같이 일하는 친구놈에게 푸념을 했다. 이 일을 사랑할 수 가 없다고. 시간은 시간대로 길고 밥도 제대로 못먹는 날이 허다하다. 급여라도 잘 챙겨주느냐? 있기야 있겠지만 전국팔도 다뒤져서 10군데 이내로 추려질 것 이다. 라는 말로.

그 친구는 말했다. "네가 할줄아는게 뭐가있는데? 대접을 바래? 너 한군데서 쭉 참고 2-3년만 일해봐 너가 말한 그 대접 받을 수 있을거야"

새삼 놀라웠다. 내 나이에도 이런 꼰대가 있을 수 있다니. 

객관적으로 첫째 불법이다. 사람을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더군다나 우리 직장은 면허가 없는 사람이 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최악인것은 이런 고용주들은 말한다. 사람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본인들이 정말 이유를 모를까?그럼 큰일인데... 두번째 내가 3년을 일해도 나의 급여는 나의 3년의 가치만큼 높아지지 않을 것 이다. 아직도 이런 선택적 도덕률이 팽배한 사회에 날 보낸것은 이땅에 발붙이지 못하게하려는 신의 개수작같다.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도 계속 구인란을 살펴본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이 생기면 면접이라도 봐볼까 하는 그런 마음. 어차피 그래봤자 10-20만원 높겠지만 당당하게 최저시급은 받고 일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이런 내가 안쓰럽고 한편으론 부끄럽다. 평범하지도 못한 가정에서 자라서 20살 무렵부터 계속 일을 시작해왔다. 온갖 서비스직은 다 경험했고 나름 잘 다듬어온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할줄 아는게 뭐냐는 말은 참 나를 가슴아프게했다. 더 가슴아픈 사실은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것 같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회는 그렇게 활발하고 웃음 많았던 나를 변화시켰다. 사람 만나는게 힘들어졌고 웃음은 이제 기쁨의 감정이라기 보단 삶을 위해 해야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웃어야 복이온다? 복이오는진 모르겠다. 그냥 해야하니까.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밤이 왔으니 그저 잠을 자듯.

누군가는 큰 실패를 하고 성공으로 도약한다는데 난 겁쟁이라 모든걸 다 버리고 실패할 용기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실패하면 난 정말 갈곳이 없다. 그 흔한 돌아갈 고향집 정확히 월세 내지않고 발붙일 수 있는 부모님이 만들어낸 공간도 없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젊음마저 사라질 것이 아닌가. 사회에서 특출날 능력도 안되는 주제에 입닥치고 까라면 까라는 성격도 못되는 나는 매일이 미치게 혼란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봄날이 온다는데 나의 시절은 언제인지 오늘 나의 최선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횟수로 치자면 하루종일 눈 깜빡이는 숫자보다 더 많다고 자부할 수 있다. 시간은 속절없이 빠르고 난 어느새 이곳에와있다. 조급할 것 없다는 주변의 말에 안심을 하다가도 내 통장잔고와 다른 무언가를 해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학력을 가만히 보자니 숨이 턱턱 막힌다. 그렇다고 영특한 머리를 가진것도 빼어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닌지라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하다. 

이런 막연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딱 한가지 집중해서 할 수 있는것. 바로 글쓰기이다. 그 어떤 돈을 받지도 않지만 글을 쓰고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 뿌듯하고 풍성하다. 세상의 감정에 더이상 공감할 수 없는 감정 불구가 되었어도 글을 읽고 쓸때 만큼은 엄청난 공감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아까 매장에서 마감청소를 하던 무렵 내 업으로 삼을 수 없고 언젠가 다른일을 해야한다고 늘 생각하기에 일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다는걸 느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위한 투자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무보수로 하루종일 노트북을 투닥거리고 종이가 구멍나게 글을 적어도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순간이 소중하다. 돈을 위해 일을 하지만 글 그리고 풍요로운 내 삶을 위해 휴무를 하루 더 만들었다. 그만큼 내가 더 아껴야 하는 순간은 매분 매 초가 되었지만 내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하루종일 일에 치여 돈만 버는 삶 보단 나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고 글을 통해 소통하며 인간답게 살다 죽는것이 내겐 더 아름답다. 그렇다고 워커홀릭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통해 생존을 느끼는 분들은 분명 계실것이고 모두를 존중한다. 나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일이 끝난 오늘 어두운 글로 하루를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모조리 글로 풀어내고 다른 세상의 공감을 얻어내야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하지만 난 무너졌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리고 희망에 부푼 시절 들었던 노래가 내 귀에 들렸기때문이다. 음악은 그렇게 작용한다.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는 내 마음을 정화시킨달까. 처음 부분은 내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내색했기에 독자분들이 읽기 힘들 수 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것 처럼 나의 글도 그런 특색이 있다. 자소서에서는 가장 최악의 형식인 미괄식이니까. 이 아름다운 음악은 오늘 나의 밤을 그 어떤 것 보다 따뜻하고 아량넓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잠시 잊고있던 삶에 대한 애착을 생기게 만들었다. 나와 전혀 관련도 없는 사랑노래인데도 말이다. 이 따뜻한 노래와 여름날 시워한 저녁 그리고 사랑하는 블랙체리 캔들의 향기. 그렇다 나의 상황이 어찌됐든 난 살아있다. 꾸준히 노력하고 걸어가야겠다. 체력이 좋진 않아서 오래토록 뛰진 못하겠지만 사색을 하며 걷는 것을 시작하면 아마 정신 차렸을 땐 남극에 도착해있을 것 이다. 난 지금처럼 생각하며 오래오래 걷겠다.

요즘처럼 악에 바친날이면 꼭 아름다운 것 들을 내 안에채워 날 무너뜨리겠다. 좀 더 여유롭고 평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게 하리라. 나를 내게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비추게 노력하리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고단한 하루 끝에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모두 사랑스러운 향기에 오늘만큼은 무너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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