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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29. 2024

[소설 원작 시대극]<작은 아씨들>부터 제인 오스틴까지

1. 작은 아씨들

최근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샬라메가 열연했던 <작은 아씨들>이 있었다면 90년대에는 커스틴 던스트, 위노나 라이더, 수전 서랜든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배우들이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인 마치 가문을 맡았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은 조 마치의 캐릭터에 집중하여 각색된 한편, 과거 <작은 아씨들>은 보다 소설 원작에 더 충실한 모습이다.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에서 시얼샤 로넌이 조 마치 역을, 플로렌스 퓨가 에이미 역을 맡았고 티모시 샬라메가 로리 역에 녹아들면서 세 배우의 케미가 매우 좋았다. 마찬가지로 수전 서랜든 버전의 <작은 아씨들>에서도 위노나 라이더가 조 마치 역에, 커스틴 던스트가 에이미 마치 역에,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이 로리 역에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면서 환상적인 호흡을 만들어 내었다.


2. 이성과 감성

<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 작품 중에서 <오만과 편견> 다음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너와 매리앤 자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 이성과 감성을 가진 두 자매의 사랑에 대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도 <오만과 편견>처럼 인간의 생각을 제목으로 삼은 제인 오스틴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이성과 감성>은 BBC 버전의 시리즈도 있고 영화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엠마 톰슨과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더 유명하다.


영화는 크게 당대 여성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 그속에서 꽃피는 엘리너와 매리앤의 사랑이라는 두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엘리너와 매리앤 대시우드 자매는 재산을 탐내며 생활비를 주지 않는 이복 오빠 부부로 인하여 어머니의 사촌인 존 경이 내어준 아담한 오두막으로 이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부유한 지참금이 없었기에 결혼에 있어서도 사교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제목 중 이성을 맡은 엘리너는 차분한 캐릭터로서 이복 오빠의 부인 파니의 동생인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다. 그럼에도 에드워드의 부를 보고 접근한 약혼녀 루시 때문에 에드워드와 엘리너의 관계는 진전되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루시가 에드워드의 적은 재물에 실망하고 떠나가면서 피상적인 약혼이 끝이 나고, 진정 사랑을 나눴던 에드워드와 엘리너가 결혼하게 된다.


이러한 스토리는 다른 시대극에서도 많이 비춰졌었다. 예를 들어 “결혼은 경제적 거래”라 말했던 <작은 아씨들> 플로렌스 퓨의 대사처럼 당대 여성과 남성의 결혼에는 단순히 사랑보다 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비록 영화에서는 엘리너와 에드워드가 모두 수동적인 인물들로서 사회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이성과 감성>에서는 당시 사회적인 면들 때문에 사랑은 선택하기 어려웠던 여성들의 상황을 잘 그려내었다.


한편 감성을 맡은 동생 마리앤은 불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이러한 감정 때문에 사랑에 한 번 데이는 인물로 나온다. 그녀는 윌로비라는 인물과 썸을 타지만 결국 윌로비는 루시만큼이나 피상적인 인물이었다. 특히 윌로비가 돈을 중시해 부잣집 여인과 정략 결혼하는 모습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 설정이다.


윌로비에게 한 번 데인 후 마리앤은 나이 차이는 나지만 그간 그녀를 보살펴온 브랜든과 사랑에 빠진다. 특히 영화에서는 마리앤의 이야기가 엘리너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다른 제인 오스틴 작품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가령 <오만과 편견>에서 첫째 제인은 사랑하는 남자인 빙리 씨가 자신의 마음을 밝힐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린 한편, 둘째 엘리자베스 베넷은 사랑하는 마크 다시와 다투면서 감정을 확인한 불 같은 성격으로서 극중에서는 언니보다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은 다른 제인 오스틴 작품과도 닮아 있다. 그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3. 설득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명성을 얻은 다코타 존슨이 주인공 '앤 엘리엇'을 맡았다. <설득> 역시 제인 오스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제인 오스틴 작품의 여자 주인공과 비슷하게 앤 엘리엇은 독립적이고 지혜로운 반면 그녀의 가족들은 앤과 매우 대비적이다. 아버지는 허영심이 많고 첫째 언니 엘리자베스는 귀족의 부인이 되겠다는 꿈이 있으며 여동생 메리는 이기적이다. 메리의 남편 찰스도 과거에 앤을 좋아했었다는 것은 자매들의 얽힌 서사와 상반되는 성격을 강조해서 보여준다.


앤도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과 마찬가지로 사교계에 집착하지도 않고 결혼해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설득>은 엘리자베스와 달리 앤의 이야기에 전사를 부여한다. 그녀가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것은 바로 그녀가 과거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누군가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앤은 프레데릭 웬트워스라는 남자를 사랑했으나 그가 변변찮은 집안 출신이었기에 결혼하지 말라는 주변인의 말에 설득당했다. 심지어 시누이(찰스의 여동생)인 루이자마저 프레데릭 웬트워스에게 마음이 있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 원작에는 늘 트위스트가 있기에 결국 앤이 어떻게 프레데릭과 다시 사랑을 이어가는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사랑하는 자와 이어지지 못했기에 누구나 사랑을 추구할 수 있고 개인의 선택에는 훈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깨달음이 <설득>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4. 맨스필드 파크

<맨스필드 파크>도 제인 오스틴 저자의 작품이다.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그중 1999년 버전을 소개한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다.


맨스필드 파크 또한 전형적으로 똑똑하며 주변 가족들과 다른 결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패니 프라이스'가 주인공인데, 그녀는 10살이 되자 부유한 이모와 삼촌 집인 맨스필드 파크에 가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그녀도 상류층 가문에 걸맞게 성장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이모 가정에 의해서 완전히 환영받지 못한다.


극중 패니는 맨스필드 파크에 찾아온 헨리 크로포드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맨스필드 파크의 딸인 마리아 버트럼이 헨리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패니는 어릴 적부터 맨스필드 파크의 아들인 에드워드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마음이 무색하게 헨리의 여동생 메리 크로포드마저도 에드워드에게 관심을 표하며 네 사람의 관계는 치정으로 치닫는다. 결국 패니가 헨리의 잦은 구애에도 그의 마음을 거절하자 헨리는 이미 다른 이와 결혼한 마리아와 바람을 피운다. 메리도 맨스필드 파크의 재산에 관심을 보이며 잇속을 드러내자 에드워드는 메리와 관계를 끊는다. 결국 크로포드 가문은 맨스필드 파크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처럼 패니와 에드워드의 사랑 이야기가 쉽사리 진전되지 않고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는 서사, 그리고 헨리와 메리라는 기회주의자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서사 또한 제인 오스틴의 여타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돌고 돌아 서로에게 도달한 패니와 에드워드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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