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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25. 2024

11. 가장 빨리 가는 인생은 나를 아는 삶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나는 꿈이 있어요

새로운 꿈을 갖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내가 이뤄낸 것이 많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주변 분들은 저를 보았을 때 특목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유수의 기업에서 잠깐이라도 일한 것을 보면서 칭찬을 해주십니다. 이런 환경 속에 있다 보면 가끔씩 저도 은연중에 많은 것을 이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제대로 인생을 시작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을 때 새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존감을 낮추는 것과는 다릅니다. 지금까지 도화지가 꽉 차 있다고 생각하면 더 그릴 여백이 없습니다. 이미 꽉 찬 도화지에 뭔가 더 그리고 덧칠한다 해도 그것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케치북에서 종이를 넘겨서 백지인 다음 장을 발견했을 때에는 어떨까요? 그 위에는 무엇을 새로 채우든 자유로울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타인의 삶을 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SNS를 너무 많이 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비슷한 경험을 서울대에서 했습니다.


서울대에 있다 보면 자신의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서울대뿐 아니라 유수의 직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훌륭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집단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많은 서울대생들이 큰 뜻을 품고 로스쿨에 가고, 회계사가 되고, 누군가는 외교관이 되고, 또 누군가는 졸업하자마자 주니어 VC로서 스타트업을 발굴해 내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작아짐을 느끼기도 합니다.


가장 빨리 가는 인생은 나를 아는 인생이다


하지만 가장 빨리 가는 인생은 나를 아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더 빨리 가고, 칼졸업해서 취업한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재수 없이 현역으로 서울대를 갔고 1학년 때부터 대외활동과 자격증 공부 등을 하면서 가장 빨리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오랜 시간 방황을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릴지라도 자신의 길을 천천히 찾은 친구들이 어느새 더 빨리 가고 있더군요.


제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5~6수를 해서 원하던 메디컬에 진학한 친구, 삼수를 해서 원하는 미디어 전공을 한 친구, 재수해서 들어간 대학에서 실컷 놀고 교환학생도 가다가 그 경험들을 영상으로 찍어 결국 영상 프로듀서로 행복하게 근무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제일 늦게 인턴을 했지만 전략실에 가서 비즈니스 전략의 즐거움을 깨닫고 최종적으로는 CSO가 되겠다는 커리어 골을 세운 친구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생에는 각자의 길과 속도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수하면 꼬리표가 붙고 회사가 아니라 프리랜서나 솔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모두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육이 있지요.


그래서 가장 좋은 교육은 적성을 빨리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EBS 다큐멘터리를 보니 스코틀랜드에서는 아무도 학원에 가지 않고 오후에 하교하면 공원에서 뛰어놀더군요. 독일에서는 학교 수업만으로 시험 칠 수 있고 시험도 한 달에 걸쳐 구술과 서술형식으로 전개됩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하교하자마자 학원으로 가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수능이라는 시험을 타임 어택 객관식으로 하루만에 모두 치러야 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저의 과거도 떠올랐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교육이 꼭 변화되기를 바랍니다.


찾아가는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출처: pinterest


다음으로는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랜 시간 방황하면서 알게 된 것은, 저는 스토리, 여행, 그리고 치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방향을 찾아 헤맸습니다. 영화학을 전공해보려고 고민했을 때에는 한국에 영화학과가 거의 없고 대부분 영화사, 작가론, 감독론 위주라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서사나 내러티브에 대한 연구는 많이 없었으며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도 대부분 연기나 창작 등 실기 위주이고 이론과 내러티브 연구 분야가 적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편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은 커뮤니케이션학, 그리고 언론 위주이다 보니 드라마, 영화 등 영상의 비중이 생각보다 낮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홍보나 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학(설득, 정치, 휴먼, 문화, 헬스 등  분야)이 더 인기가 많고 HCI나 디지털마케팅이 더 강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웰니스에 대해 배우고 싶어도 기존 심리학의 임상 상담 심리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아직 웰니스 코칭 과정이 정립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행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길도 OTA 취업 외에는 전통적인 가이드나 소규모 여행사 창업, SNS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 문화, 웰니스, 내러티브 분야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더 많은 고민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돈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돈 버는 스킬로 연결해야 하는데 저 또한 이 과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고 해서 반드시 진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직업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현실에 더 많이 부딪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유의미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 중입니다. 예전에는 명확하게 한 단어로 저를 소개하고 싶었고 분명하게 정의되는 직업을 찾을 때까지 결과 중심으로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창직'을 생각 중이며 없는 길도 만들어가고, 그 길도 여러 갈래일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롤모델인 손미나 작가님은 어느 날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후 여행작가가 되셨습니다. 이제 그 분은 언어적 지식을 살려 교육에 참여하시고 여행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브런치에서 존경하는 김다영 작가님 또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호텔과 관광 산업에 대한 뛰어난 인사이트로 수많은 구독자 분들께 영감을 주시고 기업 강연도 나가고 계십니다. <밀수>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친 고민시 배우도 처음 데뷔할 때 오디션으로 데뷔하기가 쉽지 않자 본인이 각본을 써서 연출한 단편 영화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 분들처럼 저도 제가 가진 것들을 엮어서 기회가 없으면 만들고 직업이 없으면 새로 창조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를 위한 노력으로서 먼저 영화를 참신하게 전달하기 위해 <무비 풀코스>나 <세상에서 가장 담백한 영화요리>라는 브런치북과 매거진을 집필했습니다. 또한 영화/드라마의 내러티브를 분석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가는 대신 스토리 분석에 초점을 둔 브런치 글을 200편 가까이 썼습니다.


더불어 인문지리와 문화인류학을 문화관광이라는 키워드로 연관짓고 싶었기에 관광학 중에서도 cultural tourism과 local tourism, slow travel에 끌려 byway 같은 스타트업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여행을 넘어 웰니스를 결합하여 사람들이 자기를 찾는 여정을 돕고 싶어 궁극적으로는 웰니스 여행 커뮤니티나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기네스 팰트로가 시작해서 성장한 ''처럼 웰니스, 여행, female empowerment, 문화 등이 결합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꾸준히 외국어를 배우고 여행 산업의 트렌드를 알아보고 명상이나 spirituality 등과 관련된 지식도 쌓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결정'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꿈을 형성하고, 그 꿈이 바뀌기도 하며, 그를 위해 지식을 쌓고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손석구 배우 분도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영화, 미술 등을 배우고 군인으로서도 일하며 적성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기에 돈벌이 스킬과 연관을 지어서 무언가 계속 시도해 보아야겠지요. 다만 어떤 길인지 정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치열하게 살면서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독자 분들도 결과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Bon Voyage가 되시길 바랍니다.




참고한 자료:

https://brunch.co.kr/brunchbook/movie-flavor

https://brunch.co.kr/magazine/movie-recommend

https://brunch.co.kr/@@3On

https://www.byway.travel/

https://go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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