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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ug 20. 2020

소울메이트와 '다시 시작', 《비긴 어게인》

길 잃은 별들의 새로운 도전

이전의 필름 요리들을 맛보며 10대에 치열했던 꿈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열정도 식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때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뜨거웠던 마음이 내려앉았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필요한 것은 '초심'이다. 한 길만 보며 뛰다가 멈출 때가 온다면 잠시 쉬어가자. 길 잃은 별들을 위한 요리,《비긴 어게인》이 여러분의 마음속 꿈을 다시 띄워줄 것이다. 



 실패했다고 생각한 순간에 같은 꿈을 꾸는 한 사람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는다면 어떨까? '한 줄기 빛'이라는 표현은 그럴 때 쓰는 말이다. 8번째 영화 요리《비긴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다. 인생에는 두 번째 찬스가 있고 그것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제목부터 희망을 주는 두 음악가들의 콜라보가 1시간 40분 동안 전달된다. 


  '그레타'는 보석 같은 재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다. 그녀는 직접 노래도 부르고 뛰어난 작곡 실력을 갖추었다. 실제로 그룹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 분이 연기한 '데이브'는 그레타의 남자 친구이다. 극 중에서 그레타는 데이브의 외도로 인해 갈 곳 없는 처지가 되고 한없이 우울한 상태에 빠진다.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가게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그마저도 반응이 형편없었다. 그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댄'이 손을 내민다.


그레타와 데이브 ㅣ 네이버 영화


 댄도 그레타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캐릭터이다. 그는 음악계의 원석을 발굴하는 재능으로 음반사도 세웠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다. 더군다나 아내도 그를 외면하고 조각난 가정생활에서 딸마저 그에게 등을 돌린다. 


 이처럼 댄과 그레타는 모두 힘든 시기를 겪는 캐릭터이다. 《비긴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그들처럼 제일 힘든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영화만큼 타이틀이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댄과 그레타는 한 마음으로 거리의 악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댄은 이전의 경력을 통해 그레타가 다이아몬드 원석이 될 사람임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음반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그레타는 처음에 머뭇거리지만 속는 셈 치고 댄과 쓸쓸한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이때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예술가로서 서로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그들에게는 하룻밤 새 주고받은 눈빛과 몇 마디 말이 백 마디 수다보다 나았다.


음반을 녹음하는 댄과 그레타 ㅣ 네이버 영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반 만들기 작업이 시작된다. 마땅한 녹음실이나 장비를 갖추지 않았던 터라 그들의 활동 무대는 '거리'였다. 'Street Music'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때 그레타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 배우와 댄 역의 마크 러팔로 배우의 감탄스러운 연기가 펼쳐진다. 보컬을 맡은 그레타의 목소리는 쓸쓸하지만 인디 감성으로 충만하고, 댄은 녹음용 마이크를 들고 한쪽 발을 쿵쿵거리며 리듬을 탄다. 


 진정으로 즐기며 했던 일이었기에 그들은 후회 없이 음반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거창한 녹음실에서 화려한 디지털 장비들로 음악을 녹음하지 않았더라도 그보다 더 멋진, 희소성 있는 그들만의 작품이 탄생했다. 때로 어려움도 있었다. 한창 감성이 충만할 때 비둘기 떼가 지나가고 전문 가수를 더 섭외할 수 없어 즉석에서 아이들의 코러스를 부탁해야 했다. 


노래하는 그레타 ㅣ 네이버 영화


 그럼에도 댄과 그레타는 미련이 없었다.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음반을 만든 것도 아니었기에 길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상황 자체가 그들에게 놀이였다. 특히 음악을 연주하며 댄은 가족과 점점 가까워진다. 그의 딸 '바이올렛'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오랜 다툼에 지쳐 있다가 그레타를 만나며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바이올렛에게 그레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쇼핑을 가며 노래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그레타의 지도에 따라 바이올렛은 음악적 재능을 키우고 기타리스트로서 아버지의 음반 제작에도 참여한다. 


 그리고 댄은 아내와도 오랜 오해를 푼다. 두 사람은 아내의 외도와 댄의 커리어 실패로 사이가 소원해졌다. 점점 멀어질 것만 같던 부부는 댄이 음반을 시작한 과정에서 '노래'로 화합한다. 댄과 그레타의 첫 만남처럼 부부도 옛날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다 사랑에 빠졌다. 댄이 음악을 완성하며 다시 활력을 찾자 부부는 옛날처럼 함께 노래를 들으며 걷는다. 그리고 서로가 같은 취향을 나누었던 사이였음을 기억하고 다시 사랑하게 된다.


그레타, 바이올렛, 댄(가족과 관계를 회복하는 댄) ㅣ 네이버 영화


《비긴 어게인》의 장르는 멜로/로맨스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은 휴먼 장르에 더 가깝다. 댄과 그레타 사이에는 명확한 로맨스가 없다. 그들 사이의 감정은 사랑이 아닌 '의지'였다. 같은 예술적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만들어 내는 결과물. 그것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비긴 어게인》은 진정으로 삶과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 인생의 성취를 이루는 것을 보여준다. 멜론 실시간 차트 4위에도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던 OST 'Lost Stars'에서 말하듯이, 누구나 마음속 별을 품고 살지만 때때로 빛을 잃을 수 있다. 그럼에도 환상이 언젠가는 자신의 삶에 현실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것. 수많은 길 잃은 별들이 서로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다시 시작'해 보기를 바라는 이유이다.

 


영화 포스터 ㅣ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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