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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green Nov 19. 2020

[뮤지컬] <썸씽로튼>의 시대 배경, 르네상스 I

국내 초연 뮤지컬 <썸씽로튼> 포스터

“인류 최초의 뮤지컬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되었던 <썸씽로튼>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신나는 뮤지컬의 방식으로 상상력을 펼칩니다. 바로 르네상스 시대, 당대 최고의 극작가였던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항하기 위해 ‘바텀’ 형제가 대사로만 이루어진 연극에 흥미로운 요소들, 노래와 춤을 넣어 만든 것이 뮤지컬의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Rrp43kQ0h_8

<썸씽로튼>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첫 번째 넘버, ‘웰컴 투 더 르네상스(Welcome to the Renaissance)’에 따르면 “르네상스의 뜻은 rebirth, 온갖 문화를 한데 모아 재탄생시킨다는 뜻”입니다. 노래 가사처럼 ‘re’는 ‘다시’를 의미하는 접두사, ‘naissance’는 ‘탄생’을 의미하는 명사로, ‘르네상스’는 문자 그대로 ‘다시 태어남-재생’을 의미합니다. “마녀사냥과 전쟁 속에 틈틈이 일궈낸 문화 예술”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지요. 르네상스가 이상으로 여기는 대상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 이 시기 눈부시게 발전했던 문화가 4세기에서 14세기경까지 천 년간 지속되었던 중세에 그 빛을 잃었으니 다시 고대의 문화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유럽의 중세는 기독교가 인간의 삶 전반을 지배했던 시대로, 모든 것에 있어 신이 그 중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야만적이고 재미없던 시절”, “너무 좀 짓밟혀서” 지쳐 있던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대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 중심의 시대를 열게 된 것입니다. 중세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지요. 


작가 미상, <그리스도의 매장>, 13c 중반~14c 초; 지오토 디 본도네, <애도>, 1305, 스크로베니 예배당, 파도바

뮤지컬 <썸씽로튼>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16세기 런던이지만, 사실 르네상스는 14세기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문화 운동입니다. 많은 미술사가들이 르네상스의 발판을 마련한 작가로 지오토(Giotto di Bondone)를 언급하는데요, 피렌체 출신의 화가 지오토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이상 신에 의지하지 않고 ‘인간성’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세 말기의 기도서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매장>과 지오토가 1305년 파도바(Padova)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그린 벽화 <애도> 장면을 비교해보면 지오토의 새로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오토의 작품에는 중세의 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인물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납작한 종이인형들로 이루어진 것 같은 평면적인 화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의도로, 2차원으로 보이는 <그리스도의 매장>과 달리 지오토의 <애도>는 3차원의 공간을 연상시킵니다. 한 가지 더, 지오토의 그림에는 ‘배경’이 포함되어 있어요. 지오토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있을 법한 바위산과 나무를 그려 넣음으로써, 회화에 ‘배경’이라는 자연적 요소를 최초로 도입한 화가로 기록됩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로 인해 지오토의 그림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도하는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애도>의 세부

이러한 공간감보다 더욱 중요하게 언급되는 지오토의 새로움은 바로 감정 표현에 있습니다. 중세 말기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슬픈 장면을 그리면서도 감정을 담고 있지 않아 모든 인물들은 무표정합니다. 중세 시대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전파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전파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주요 사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요. 하지만 지오토의 그림은 다릅니다. 성서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슬픔에 싸여 있는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비통에 잠긴 표정, 양팔을 한껏 벌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표현하고 있는 성 요한의 팔동작 등은 이전 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표현 방식입니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천사들도 하늘에서 괴로운 듯 통곡하고 있지요. 종교적인 주제를 그리면서도 그리스도가 겪는 사건 자체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동작과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치중함으로써 중세의 회화가 갖는 부자연스러움을 극복했던 지오토의 태도가 르네상스 회화의 태동을 가능하게 했던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오토의 뒤를 이어 15세기 초기 르네상스와 16세기 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들을 차례대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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