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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Jun 22. 2021

한 줄이 된 두 줄

유산 인 듯 유산 아닌 듯, 화학적 유산과 절박 유산

"절박유산 소견서 써 줄 테니 입원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같이 초음파를 보면서 심장 박동수도 정상이고, 뱃속 아기는 괜찮다고 했는데 …

유산이라고?


이윽고 의사 선생님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절박유산 [threatened abortion]

임신 20주 이전에 질출혈이 동반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임신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류유산, 완전 또는 불완전 유산 등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임신 종결의 의미인 유산이 아닌 임신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는 하나,  ‘절박유산’ 이라는 그 이름 때문에 나는 더 불안했다.



이번에는 지킬 수 있을까?


‘유산’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임신’이라는 그 한 단어를 입으로 내뱉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눈을 돌려가며 임신 테스트기의 한 줄이 두 줄이 될 때까지 노려보았는지 ..

그러나 한 줄은 절대 두 줄이 되지 않았다.


반면 ‘유산’은 왜 그리 종류도 많은지 .. 두 줄이 한 줄로 되는 경우는 다반사이다.

나는 이미 계류 유산 1번, 화학적 유산 2번을 겪었다.

오늘은 ‘절박 유산’ 판정까지 받았으니 몰라도 되는, 겪고 싶지 않은 유산을 나는 몸소 다 겪게 되었다.




보통 맘 카페에서 ‘화유’라고 많이들 칭하는 화학적 유산은 임신 극초기인 4~5주에 소변검사, 피검사 등의 방법으로 임신을 확인하였으나, 그 이후 수정란이 착상까지 완전히 이르지 못하거나 착상 후 정상적인 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초기 도태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수태의 1/3은 자연적으로 소멸되어, 임신 초기에는 양성을 나타내고 자연소멸 이후에는 음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양성 결과가 나타난 경우, 48시간 이후 아침 첫 소변으로 다시 테스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 원포 임신 테스트기 첨부 문서 www. wondfo.co.kr


보통 여성의 경우, 화학적 유산은 생리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유산의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병원에서도 화학적 유산을 유산으로 집계하지 않는다.

요즘은 임신 테스트기로 워낙 초기에도 간단히 소변검사를 집에서 할 수 있고, 산부인과에서도 쉽게 피검사를 할 수 있기에 임신 확인도 빠르고 화학적 유산 확인도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임신 준비를 하고 있지 않던 예전에는 이렇게 이론적으로, 이성적으로 화학적 유산을 받아들였다.

친한 친구가 화학적 유산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같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긴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가볍게 넘게 버렸다.


‘내 일이 아니라서? 내가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게 보고 싶었던 두 줄의 기쁨도 잠시, 그 두 줄이 다시 한 줄로 바뀌었던 그날, 나는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는 상식적이고 이론적인 문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일어나서는 안 될 일 같았다.

더 이상 기다림의 고통 속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하루라도 빨리 임신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기에 확인 가능하다는 시기에 임신 테스트기를 손에 잡았을 뿐인데 ..

손에 쥐어준 달콤한 사탕을 한입 맛보고는 빼앗긴 어린 아이 마냥 나는 목 놓아 울었다.

 

 



임신을 준비하고 아기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유산이라는 것은 다 매한가지로 아프고 슬픈 일이다.

뱃속에 품고 있던 기간에 비례하여 아픔과 슬픔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지기도 하겠지만 결코 화학적 유산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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