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지기 마야 Jul 08. 2021

글을 쓸 수 없어 느꼈던 감정들

택배 물류 센터에서 고작 하루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일주일 가량 글을 쓸 수 없었다. 팔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사실 온몸이 다 아팠다. 하루는 다리가 너무 아팠고, 다음 날은 어깨가 아팠다. 그다음 날은 무릎이 아팠다. 몸의 구석구석 돌아가며 아팠는데 그중에서 꾸준히 아픈 건 팔이었다. 쉬지 않고 팔을 움직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글을 쓰고 싶어도 키보드를 누를 힘이 나지 않았다. 글을 써야 하는데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필사해보겠다고 매일 한 꼭지를 필사했다. 개인저서 초고도 한 꼭지씩 매일 써 내려갔다. 그렇게 꾸준히 한 달 동안 글을 쓰니 팔이 아프기도 했다. 다른 손가락에 비해 힘이 약한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아플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음 날 글을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글을 쓸 때 쓰는 근육과 일을 할 때 쓰는 근육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몸으로 겪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몸을 안 썼는지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다. 


팔이 나으면 글을 써야겠다며 기다렸다. 매일 노트북을 열어 팔 상태를 점검했다. 대단한 작가도 아니면서 글을 못 쓰고 있는 일주일 동안 죄책감이 들었다. 함께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들은 부지런히 글을 올리시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자초지종을 얘기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역시나 나는 어리석구나 싶어 자책하기도 했다. 


마침내 키보드를 누르는 게 불편하지 않게 되었을 때 안도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구나.'


잘 쓰든 못 쓰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오래 하려면 팔 근육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 인생에서 나쁜 일은 없다. 고진감래라고, 어려움이 있어야 좋은 것이 온다. 원하는 걸 못해보면 진짜 원하는지 아닌지도 알게 된다. 딱 하루의 아르바이트 덕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오래오래 함께 할 내 소중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결국은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