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오늘은 없다
시인이자 번역가였던 제인 케니언(1947~1995)은 백혈병으로 죽기 1년 전 이 시를 썼다.
그렇게 못할 수도... 제인 케니언(Jane Kenyon)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반복되는 일상은 때로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에 우리를 빠뜨린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게 당연하고, 누리고 있는 모든 편리함도 당연하게 여긴다. 대단한 감동도 없고 새로움도 없는 날들은 평범하다 못해 시시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로또 1등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그다지 놀랄 일도 없을 것 같다.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다.
숨을 쉬고, 두 다리로 걷고, 식사를 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제인 케니언은 시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오늘 누렸던 모든 당연함이 내일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동료와 회식하고 들어온다던 가장이 교통사고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일도 일어난다. 찰나 같은 순간에 삶과 죽음이 나눠지는 일들을 볼 때면 이렇게 살아 있음이 기적임을 느낀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상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게 될 때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다. 그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순간이 기적임을 깨닫게 된다.
삶의 매 순간을 기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눈을 뜨는 것, 일하러 갈 수 있는 직장이 있는 것, 건강한 몸이 있고, 기대고 나눌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감사하다. 감사함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일상이 기적이고, 삶이 기적이 된다. 기적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을 사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세상에는 기적이란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과, 다른 한 가지는 세상의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이 말한 삶을 사는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마음을 닫은 채 삶과 꾸준히 거리 두기를 하면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속으로 온몸을 던져 자유롭게 헤엄을 치며 즐기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오늘과 똑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을 놓치면 다시는 똑같은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기적 같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가득 채워진 행복으로 멋진 오늘, 멋진 인생을 그려가길 소망한다.